경제
같은 일 두 번 겪으면 뇌 속에선 '뉴런 스위칭' 일어난다
입력 2021-11-03 14:14  | 수정 2021-11-03 20:14

기존에 경험했던 일을 다시 겪는 경우 그 경험에 대한 기억이 수정되기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 뇌에서도 기존 경험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기억저장 뉴런이 같은 경험을 반복하게 될 때 새로운 뉴런(뇌신경세포)으로 교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억의 저장과 수정, 왜곡 같은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희‧김은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같은 경험을 반복할 때 기존의 기억저장 뉴런이 새로운 뉴런으로 교체되는 '뉴런 스위칭'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조혜연 KAIST 생명과학과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전에 겪었던 일(학습된 경험)을 다시 겪는 경우 기존 기억을 저장한 뉴런에서는 시냅스 연결이 감소하는 반면, 같은 경험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뉴런에서는 시냅스 연결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냅스는 뉴런과 뉴런을 잇는 신경 말단 부위다. 그만큼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기존 기억은 약화되고 새로운 기억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억이 수정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같은 기억은 같은 뉴런에 계속 저장됨으로써 경험이 누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같은 경험을 다시 할 때 뇌에서 오히려 뉴런들이 다이내믹하게 새로 교체됨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학문적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같은 학습의 반복으로 형성된 기억은 같은 신경 세포 집단을 통해 계속 저장되고 강화될 것으로 추측돼왔다. 하지만 실제로 신경 세포 수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며 "뉴런 교체는 기억 업데이트의 중요한 기작으로 생각되며 노화, 퇴행성 뇌질환에서 기억 상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