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공매도 잔액 1위인 셀트리온에 재차 공매도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주가가 이미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지만 여기서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21억원으로, 호텔신라(548억원), 두산중공업(219억원)에 이어 코스피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으로 공매도가 많은 종목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27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8803억원으로 코스피 1위다. 2위 HMM(6054억원), 4위 금호석유(2376억원)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장내에서 매도한 뒤, 향후에 장내에서 다시 매수해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투자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수록 투자 매력이 떨어져 공매도도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8월에는 코스피에서 29위, 9월에는 18위, 10월에도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셀트리온의 공매도가 재차 급증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셀트리온에 400억원의 공매도 매물이 나왔다. 이는 코스피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10월초에는 100억~400억원대로 고공행진을 했지만 지난달 13일부터 28일까지는 하루를 빼고 모두 100억원을 밑돌았다. 지난 27일에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2억원대로 바닥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29일부터 갑자기 400억원의 공매도 매물이 쏟아졌고 이날도 120억원대의 공매도 공세가 계속된 것이다.
셀트리온의 주가 추이를 보면 이같은 공매도 추이는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종목이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때 공매도가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셀트리온은 지속적으로 주가가 흘러내리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셀트리온의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39만6000원선까지 올랐던 셀트리온 주가는 이날 장중 19만6000원까지 하락해 11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5월부터 7월까지 27만원선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8월말 30만원선을 찍으면서 반짝 반등했지만 지난 9월 한달 동안 11.43%, 지난달에는 22.74% 주가가 빠졌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셀트리온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특히 기대가 컸던 코로나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식었다. 국내에서는 9월 정식으로 승인을 받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후발 주자로 머크사에서 코로나 알약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더욱 줄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렉키로나는 정맥 주사제로, 편리성이 좋은 경구용 보다 덜 범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라면서 "그러나 머크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다는 부작용이 있어 사용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 경구용과 주사제가 같이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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