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화 '허스토리' 실제 주인공 김문숙 이사장 별세…관부재판 이끌어
입력 2021-10-30 10:46  | 수정 2021-10-30 11:04
김문숙 이사장(왼), 김 이사장이 실제 주인공(김희애)이었던 영화 '허스토리' 포스터. 김 이사장은 '허스토리' 내용처럼 일본과 부산을 26차례나 오가며 일본 사법부의 위안부 책임 인정을 처음으로 이끌어냈다 / 사진 = 연합뉴스, SNS 캡처
일본과 부산 26차례 오가며
일본의 위안부 책임 인정 받아내

일본이 위안부 책임을 일부 인정한 '관부재판'을 이끌었던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이사장이 오늘(29일) 오전 향년 95세의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1927년 1월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교 졸업 이후 여성 단체를 조직해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계몽 운동을 해왔습니다. 고인은 부산 중앙동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다가 '기생 관광'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를 목적으로 부산에 온 일본인들의 입국 금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1991년 60대에는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를 설립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인생을 걸었습니다. 또 2004년에는 사재 1억 원을 털어 부산 수영구에 '민족과여성 역사관'을 설립해 운영했습니다. 해당 역사관에는 위안소와 위안부 관련 사진과 영상물, 재판 기록 등 1000여 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김문숙 이사장 / 사진 = 민족과여성 역사관 제공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관부(關釜)재판'을 이끌었습니다. '관부'는 일본의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이 두 곳을 오가며 한 재판이라는 뜻에서 '관부재판'이라 불렸습니다.

관부재판은 1992년 12월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 등 10명의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첫 재판입니다. 김 이사장은 재판이 시작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관부재판을 이끌며 일본과 부산을 26차례나 오갔습니다.

당시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은 '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각 30만 엔씩 모두 90만 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본 사법부가 처음으로 위안부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사죄에 대한 요구는 기각됐습니다.

김 이사장은 생전 '민족과여성 역사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내가 같이 있어 주고 (얘기를) 들어준 것 만으로도 하나의 보상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며 "단순히 할머니들이 불쌍하니까 도와 주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식민지가 되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나라를 되찾은 지금 우리 모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부산시 등과 협의해 '민족과여성 역사관'에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며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10시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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