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 격전지서 야영...모닥불 피우다 불발탄 폭발
신부 남동생 현장에서 사망
신부 남동생 현장에서 사망
달콤한 신혼여행을 만끽하러 우크라이나로 떠난 영국의 한 부부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불발탄'으로 인해 참변을 당했습니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언론은 한순간에 피로 얼룩진 신혼여행을 겪어야 했던 부부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지난 7월 영국 버크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리디아 마카르추크(31)와 노베르트 바르가(43)는 지난 달 리디아의 모국인 우크라이나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9월 15일, 마카르추크와 바르가는 마카르추크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트래킹과 야영을 즐기러 헝가리 국경 인근의 카르파티아 산맥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야영장에 도착해 둘러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마카르추크는 남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친구, 가족들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 모닥불이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줬고, 이야기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일행이 머물었던 야영장/사진=데일리메일
그러던 중, 바르가가 잠시 별 사진을 찍기 위해 텐트에 카메라를 가지러 간 사이 일행들이 있던 캠프파이어 장소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르가는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비명과 폭발음이 침묵을 깼다"며 "아내의 이름을 외치면서 캠프파이어 장소로 달려갔다"고 전했습니다.
야영장에서 폭발한 것은 모닥불 밑에 묻혀 있던 1차 세계대전 당시 터지지 못한 '불발탄'이었습니다. 해당 야영장은 1917년 러시아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격전지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고로 마카르추크는 폭발로 인해 날아온 날카로운 파편에 맞아 왼쪽 눈과 얼굴 전체에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팔과 다리에도 심각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폭발 직후 뼈가 드러날 만큼 피부가 찢어지고 근육도 크게 다쳤습니다. 마카르추크는 "폭발하는 순간 누군가가 내 얼굴, 특히 코에 바위를 던지는 느낌이었다"며 "귀에서 '삐' 소리가 나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그의 동생의 죽어가는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내 가장 큰 후회는 그 순간 동생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고로 마카르추크의 남동생 미로스라브는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또 다른 친구도 팔다리가 찢겨지는 등 중태를 입었습니다.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90분 가량이 소요돼 결국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르가는 "미로스라브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잊을 수 없다"면서 "그의 머리를 압박하고 응급처치를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는 이미 2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왜 내가 아니라 이들이 다친 걸까"라고 비탄에 빠졌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마카르추크/사진=데일리메일
마카르추크를 포함한 부상자들은 새벽 4시께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마카르추크는 현재 치료를 받고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눈 부위에 대한 치료가 필요해 조만간 헝가리로 이송된 뒤 영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한편 마카르추크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모든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마카르추크의 가족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막대한 치료비와 귀국 비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1만5000 유로(약 2053만 원)를 목표 금액으로 설정했으며, 현재는 목표 금액을 훌쩍 넘은 2만8202유로(약 3806만 원)이 모금됐습니다.
[김지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jihye613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