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징어게임' VIP 역 배우 "연기 욕하는 악플로 우울증 앓았다"
입력 2021-10-20 15:57  | 수정 2022-01-18 16:05
'오징어게임' 속 VIP들/사진=가디언
영국 일간지와 인터뷰서 심경 토로
외국인 배우가 겪는 구조적 문제·편견 언급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에서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웃지 못하고 고개 숙이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9일, 가디언은 '오징어게임' 속 억만장자 VIP를 연기한 배우 3명을 인터뷰했습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 솔직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오징어게임' 속 VIP들은 호화로운 장소에서 보석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의 사투를 유흥거리로 여기며 감상했습니다. 이들은 교활하고 야비한 본성을 우아하고 고상한 행동으로 덮으려 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시청자들은 이들의 연기력에 대해 크게 분노했습니다.


미국 평점 사이트 IMDb에는 이들의 연기를 두고 "완벽에 가까운 훌륭한 드라마를 아마추어 외국인 배우들이 망쳐버렸다" 등의 공격적인 댓글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인터뷰를 진행한 외국인 배우 중 한 명인 다니엘 C. 케네디는 "댓글에 큰 상처를 받고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7년째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로, 현재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발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배우 존 D. 마이클스는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외국인 배우들이 겪어야 하는 구조적 문제와 편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결코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데려온 외국인이 아니다. 오랜 기간 오디션을 거쳐 정식으로 캐스팅된 배우"라며 "외국인 연기자에 대해 ‘아무나 데려다 연기를 시켰다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작품마다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 출연자의 대사도 처음에 한국어로 쓴 뒤, 비원어민이 번역해서 외국인 배우에게 연기를 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실제로 구글 번역기에 돌린 대사를 줄 때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배우들이 재량으로 잘못된 표현을 수정할 때도 있지만 제약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외국인 배우들에게는 극 전체의 대본이 주어지지 않고, 주어진 장면 내의 대본만 주어지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마이클스는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주어진 장면 안에서 연기 톤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케네디도 "작품 전체의 맥락을 알지 못한 채 나의 대사만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었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경우 각 배우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며 "결국 대사를 허공에 외쳐야 했고, 이상한 음색으로 전달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유일하게 얼굴이 공개된 VIP 역을 맡은 제프리 지울리아노는 연기력 논란을 제기하는 악플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며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작품에 출연했고, 스타가 됐다. 팬레터도 오고 있다"는 호탕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악플과는 별개로 '오징어게임'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마이클스는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며 "거대 기업과 억만장자가 모든 부를 축적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그 부스러기를 놓고 겨루다 죽어가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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