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봐 해봤어"…정의선 뚝심, 현대차는 안돼→현대차가 한대
입력 2021-10-11 11:02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시켰다. [사진출처=현대차그룹]

"이봐 해봤어"
막노동과 쌀가게 직원을 전전했던 '흙수저'에서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으로 현대그룹을 일군 것은 물론 한국 산업 근대화 주역으로 우뚝 선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의 도전정신은 아들인 정몽구 명예회장을 거쳐 손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까지 이어졌다. 오는 14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정의선 회장도 "이봐 해봤어"를 뚝심 있게 경영에 도입했다.
그 결과, 상상을 현실화했다. "현대차는 안돼"라는 비웃음은 사라졌다. 대신 "현대차가 한다네"는 부러움 섞인 소리를 들으며 미래 신사업 리더로 자리잡고 있다.
정의선 회장 [사진출처=현대차그룹]
해외서도 정의선 회장 체제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 유수 자동차 전문매체인 미국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의 K.C.크래인 발행인은 지난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주요 경제지인 닛케이도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기존 자동차메이커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은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차만 팔던 기업에서 차도 판매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바꿔놓고 있다. 그룹의 미래 방향성도 고객, 인류, 미래,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수소 비전 등과 같은 폭넓은 영역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 주도에 나섰다.
친환경 사회공헌도 확대하고 있다. 전세계 권역별 친환경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체계화하고, 친환경 사회적 기업 및 스타트업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로보틱스와 도심항공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 [사진출처=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톤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M&A를 완료했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로봇 스팟(Spot),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하는 등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내년 중 최대 23kg의 박스를 시간당 800개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물류로봇 스트레치(Strech)를 상용화하고 제조, 물류,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AI서비스 로봇, 로보틱모빌리티 등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한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 개발자들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소수일 수 있지만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꿈을 현실로 이뤄줄 수 있다"며 "우리 중 누구에게도 이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 벡스 [사진출처=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와 함께 생산현장에서 고개를 들고 장시간 근무하는 작업자를 보조하는 착용로봇 '벡스(VEX)', AI서비스로봇 '달이(DAL-e)', 로보틱모빌리티 '아이오닉 스쿠터' 등도 공개했다.
최근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협력해스팟을 활용한'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Factory Safety Service Robot)'을 개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대중화 기반도 다지고 있다. UAM은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인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다.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현대차그룹 [사진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구체적인 UAM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인다.
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독보적인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한다.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을 비롯해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싱가포르 등과 신규시장을 열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UAM 법인 설립, 항공우주 기술 개발 전문가 영입 등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전동화 자율주행, 새로운 이동경험 실현

아이오닉5 로보택시 [사진출처=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고객의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InternationaleAutomobil-Ausstellung Mobility)에서 공개했다.
모셔널은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협력해 2023년 로보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차량 전동화는 이동수단의 진화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및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융합으로 자동차를 경험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 GV60 [사진출처=제네시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아이오닉5, EV6, GV60를 차례로 출시했다.
중장기 전동화 계획도 구체화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총 8개 차종으로 구성된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한다.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를 포함하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섰다. 올해 초 협력사 '파트너십데이'(Partnership Day)에서 정 회장은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친환경미래 모빌리티 부품업체로의 성공적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친환경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국내 부품사를 위해 정부 및 금융계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사들이 미래 비전을 소통 공유하는 '함께하는 미래'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국내 최대규모 협력사 교육시설인 '글로벌 상생협력센터(Global Partnership Center)'도 건립했다.
협력 생태계를 스타트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현대차그룹의 신성장 분야와 연계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1·2호 펀드를 출범시켜 모빌리티, 친환경차, AI, 커넥티드카 등 미래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총 87개 협력사와 412개 스타트업(사내 스타트업 포함)이 ▲전동화 시스템(배터리, 연료전지) ▲스마트팩토리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관련 사업 ▲IT·소프트웨어등 폭넓은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래 수소사회 리더로 도약

수소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식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 [사진출처=매일경제DB]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미래"라고 여긴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기술, 수소모빌리티 등 청사진을 공개했다.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무인 장거리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과 100kW급, 200kW급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도 선보였다.
연료전지시스템은 자동차 외에트램, 기차, 선박, UAM 등 모빌리티 전 영역은 물론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도를 대폭 확대하는 등 고도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HTWO는 '인류를 위한 수소'라는 뜻이다. 단순한 에너지 차원을 넘어 인류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첫 공식행보로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올해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 사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수소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CEO 협의체 '코리아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을 주도했다. 해외에서도 '수소위원회' 공동회장 등을 맡아 수소의 글로벌 의제화에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이후 탄소배출 저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고챌린지에 동참한 정의선 회장 [사진출처=매일경제DB]
현대차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사회공헌활동을 친환경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럽의 해양 생태계 보전 프로젝트, 중국의 내몽고 사막화 방지 3기 사업, 국내 여의 샛강생태공원 조성 지원사업 등을 올해 시작했다.
환경 등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과 'for Tomorrow 프로젝트'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성장세대 환경 교육을 위해 어린이 해양환경체험 교육 시설 '키즈마린파크(가칭)'를 연내 개관을 추진 중이다. 폐 플라스틱 장난감 순환 사업인 '그린무브공작소'도 설립했다.
국내외 친환경 스타트업도 지원중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국내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로 개편하고,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친환경 소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빠르면 연말 친환경 소셜 스타트업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거점이자 허브인 '온드림 소사이어티(가칭)'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환경과 사회문제에 주력하는 해외 소셜 스타트업 육성도 확대한다. '현대스타트업챌린지' 프로그램을 인도네시아에서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성금을 기탁하고 구호 방역 물품을 전달했다. 경주 오산 파주 등에 위치한 연수원을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도 지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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