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사스페셜]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성공, 성공, 성공…이런 인생은 없다”
입력 2021-10-10 11:27  | 수정 2021-10-10 11:36
‘벤처의 전설 이용태 전 회장 성공, 성공, 성공…이런 인생은 없다”
돈과 명예, 입고 있는 옷이나 마찬가지”
컴퓨터 잘 만드는 만큼 인성을 길러야”
차기 지도자는 미래 안목, 설득 리더십, 교육 알아야”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오전 10시
■ 진 행 : 정운갑 앵커(논설실장)
■ 출연자 :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컴퓨터와 운명적으로 만나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주인공인 이용태 전 삼보 컴퓨터 회장 만나보겠습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이용태>안녕하십니까.

정운갑>최근에 한시집을 내셨더라고요. 한시, 붓글씨... 한학에 조예가 깊은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물리학자, IT 기업의 창업가와 한시라, 좀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용태>저는 어릴 때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우리말 배우는 것과 동시에 한문 배웠어요. 그래서 이게 그 한문이라는 거는 그냥 일상생활에 일부죠. 옛날에 글 쓰는 사람은 으레 이 시라는 걸 썼습니다. 그러니까 글 쓸 때 그 글을 함축성 있게 감정을 담으면 시가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뭐 그런 식으로 만들어 본 겁니다.


정운갑>이 회장님 하면 한국 벤처산업의 전설로 불리는데요. 회장님이 시작한 개인용 PC와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등에 힘입어 국내 IT 산업이 발전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과제도 많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보통신산업의 현주소, 어떻게 보고 계세요.

이용태>우선 현주소 말씀드리기 전에 지난 얘기 조금 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PC하고 초고속 인터넷을 선도했다고 이렇게 지금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게 e-Government, 전자정부. 그걸 세상 사람들이 잊고 있는데, UN이 2년마다 한 번씩 전 세계 전자정부 랭킹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거의 매년, 계속해서 한국이 1등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제가 만든 거거든요.

정운갑>그걸 초창기에 몇 년에 시작하셨습니까.

이용태>1982년에 시작해서 올림픽이 되던 1988년에 끝냈습니다. 그러니까 1982년, 88년은 우리나라 정보산업이 거의 황무지일 때입니다. 그때 저는 데이콤 사장을 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 불란서, 일본... 세계 어느 나라의 전자정부보다도 10년 앞선 기술로 전자정부를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쭉 세계 1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정보산업의 실상이 어떠냐고 그러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 정보산업은 세계 최고죠. 반도체, 그다음에 디스플레이, 그다음에 배터리 등 부품 산업도 그렇고...

정운갑>요즘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앞서 이 회장께서 창업 하려던 70년대, 80년대에는 국가의 인식이라든가 여러 환경적인 제약을 지적 하셨는데요. 청계천에서 컴퓨터 회사를 만들 때와 지금의 한국의 창업 현실, 비교해 본다면 어떻습니까.

이용태>그거는 뭐... 하늘과 땅 차이죠. 제가 삼보컴퓨터를 만들었을 때는 벤처, 캐피탈이란 게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창업 회사를 위해 가지고 미래의 모험을 부담하고 돈을 꿔주는, 그러한 투자 기금이라는 게 전혀 없었고요.
그다음에 무슨 뭐, 기술 기업에 대해서 연구비를 지원한다든가 그런 것도 없었고요.

정운갑>투자 금융 자체가 형성이 안 됐었군요.

이용태>없었고요. 지금은 투자 기금도 많고 그다음에 정부에서 각종 지원도 있고 인큐베이션센터도 있고 그다음에 인력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공급을 하고 하니까. 그리고 또 이제는 벤처 기업이 뭔지를 사회가 알고 심지어 증권 투자 하는 사람까지도, 일반 국민들까지도 알고 그다음에 세계 시장하고 연결돼 있고, 그때하고는 비교가 안 되죠.
과거에는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완전 인생이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기업을 하다가 보면 은행 돈을 꿔야 되는데, 은행 돈 꾸려고 하면 개인 보증을 서야 되거든요. 그래서 회사가 망하면 그냥 몽땅 없어집니다.
그리고 기업하다 쌓은 경험이라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에 그 경험을 살려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그 경험이 살아나는데. 한국은 한 번만 실패하면 완전히 사회에서 도태돼버리니까... 그러니까 제도적으로도 나쁘고, 국가적으로도 손해고, 또 젊은 아이들을 보고도 그런 위험한 일 하지 마라, 이렇게 부모들이 얘기하는 거죠.

정운갑>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내 집 마련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이용태>제가 젊은이에게 조언을 하고 싶은 것은, 공부 열심히 해 가지고, 그래서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업을 갖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또 중요한 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사람의 품성이다.
그러니까 돈 많이 벌면서도 품성이 좋은 사람이 돈만 알고 품성이 나쁜 사람보다 훨씬좋은 사람이다. 다음에 회사 내에서도 기술이 훌륭해지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품성이 좋은 사람하고 나쁜 사람을 비교하면 품성이 좋은 사람이 훨씬 좋은 거다.

정운갑>그래서 회장님이 인성교육에 열중하고 계시는군요.

이용태>하고 있는 거죠. 인성교육은 영어교육, 수학교육, 국어교육의 천 분의 일의 노력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영어교육이나 수학교육은 무슨 어떤 재능이 있어야 됩니다. 근데 인성교육은 누구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나 교사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을 기를 때 재능이나 능력을 길러주는 데만 열중하지 말고, 그 능력의 100분의 1만 쪼개 가지고 인성을 기르는 데도 힘을 쓰면, 그러면 훨씬 더 훌륭한 사람, 행복한 사람,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 된다.

정운갑>회장님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많은 돈을 벌었었고, 또 엄청난 돈을 잃기도 했잖아요. 코로나 19가 지속되면서 자영업 하시는 분 등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엄청난 고통의 시간들이 있을 텐데, 그런 순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이용태>인생은요. 성공 다음에 성공, 성공 다음에 성공, 성공 다음에 성공, 성공 다음에 성공... 이런 인생은 없습니다. 성공, 성공하다 실패, 성공, 성공하다 실패, 성공, 성공하다 실패...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을 아는 게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실패했을 때 고꾸라져 버리면 그건 정말 실패한 사람으로 끝나고요. 실패했다가 다시 일어나는 힘을 탄력성, 복원력이라고 그러고 영어로는 resilience라고 그러는데, 그래서 사람의 품성 중에서 그 복원력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제가 실패했을 때는 제 이름으로 된 모든 재산이 날아갔습니다. 그다음에 제가 가진 모든 명예가 날아갔습니다. 그랬을 때 제가 좌절해서, 좌절해서 부끄럽다고 세상도 안 보고 구부리고 들어앉아 있었으면 그걸로 끝났죠.
그런데 저는 어떻게 생각했느냐 하면은 돈이니 명예니 하는 것은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마찬가지다, 옷을 벗었다고 해서 그래도 나는 구십 퍼센트는 남아 있다, 그러니까 남아 있는 걸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
컴퓨터 산업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적어도 일본보다 앞서는 선진국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데에 열정을 바쳤는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컴퓨터를 잘 만들어 가지고 선진국 가는 만큼, 인성을 길러서 선진국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결국은 인성교육을 내가 온 힘을 기울여서 우리나라의 국민의 도덕 수준을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정운갑>학자 연구원에서 사업가로, 또 교육자로 여러 경험을 갖고 계신데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의 경쟁이 한창입니다.
지도자로서 이것만은 꼭 갖췄으면 하는 덕목이라든가 자질은 어떤 겁니까.

이용태>참 중요한 문제인데요.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지무지하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바람직한 대통령은 첫째, 빨리 변하는 이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제대로 살아가려면 10년 뒤 20년, 30년 뒤에 세계와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할 거냐, 하는 데 확고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됩니다.
그다음에 둘째, 그러면 목표를 정하고 온 국민을 설득을 해 가지고 그리로 끌고 갈 리더십이 있어야 됩니다.
그다음에 세 번째, 교육을 알아야 합니다. 결국은 사람이 전부입니다. 우리나라는 바탕이 똑똑한 국민들입니다. 이 국민들을 잘 교육을 해서 정말 효과적인 교육을 하면은 그러면 우리나라는 비약 발전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정운갑>이용태 회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18세기 교육을 받고, 19세기 가정 문화 속에서, 20세기의 격동기를 걷고, 가장 먼저 21세기를 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그가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성교육이라는 가치,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용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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