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비드상 주요 부위 가리고 전시한 두바이…"예술보다 이슬람 율법 우선"
입력 2021-10-05 12:35  | 수정 2021-10-12 13:05
1일 AP통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2020 두바이 엑스포’에 전시된 다비드상의 하체는 가린 채 상체만 노출하는 반쪽짜리 전시를 강행했다. / 사진=AP연합뉴스
1층 하체·2층 상체…'주요 부위'만 절묘하게 가린 반쪽 전시
"이슬람 율법과 예술 표현의 자유 충돌해 벌어진 기이한 광경"

르네상스 시대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다비드상. 이 다비드상이 하체는 가려진 채 상체만 노출된 '반쪽 짜리'가 되어 두바이에 등장했습니다.

다비드상은 ‘2020 두바이 엑스포 전시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됐습니다. 5.18m의 원본 크기 그대로 재현된 다비드상 복제품은 항공기를 타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두바이에 도착했습니다.


다비드상은 유리와 돌기둥으로 둘러싸인 원통형 전시장에 배치됐습니다. 문제는 전시장 두 개 층에 걸쳐 설치된 조각상의 ‘주요 부위가 석판과 돌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관람객들은 1층에선 다비드의 하체만, 2층에선 다비드의 상체만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1층 공간은 VIP 및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관람객은 다비드의 반쪽 짜리 상체만 감상해야 했습니다.

이슬람 율법과 예술 표현의 자유가 충동해 벌어진 기이한 광경

이탈리아 매체 라 리퍼블리카는 이날 두바이 엑스포에서 다비드상 일부가 감춰지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라 리퍼블리카는 예술 표현의 자유가 아랍에미리트의 이슬람교 문화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는 음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나체 공개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의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조각상을 전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 다비드상 주변에 기둥과 석판을 세워 최대한 가리는 방식이 적용됐다는 것입니다.


두바이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 고위급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비드상을 본 아랍에미리트 관계자들은 매우 당혹해했다”며 이슬람 문화에서 다비드상의 벌거벗은 모습이 그대로 전시됐다면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비드상에 속옷을 입히는 것까지 고려했으나 이미 너무 늦었다. 아랍에미리트에 누드 조각상을 가져온 것부터가 실수였다는 걸 너무 늦게 인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두바이 정부가 사실상 예술 작품을 검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술 평론가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다비드상은 이슬람교가 아닌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아랍 문화에 따라 다비드상 일부를 가리는 건 그들의 종교와 문화에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대성당 지도자들의 의뢰를 받아 1504년에 완성한 다비드상. /사진=게티이미지

한편,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대성당 지도자들의 의뢰를 받아 1504년에 완성한 대리석상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거인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 소년 다비드(다윗)를 묘사했습니다. 다비드상은 골리앗을 공격하기 직전 긴장한 근육 등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는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은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xxxeunjinxxx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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