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아파트가 다주택자의 집중 매매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나온 '7·10 대책' 이후 다주택자는 매매가격의 최고 12%까지 취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은 수백, 수천 가구를 사들여도 1주택자와 똑같이 1%만 내도록 예외가 허용된다. 규제지역이 아닌 곳에선 양도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7·10 대책 발표 이후 올해 8월까지 14개월간 거래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총 26만555건이었다. 직전 14개월간인 2019년 5월부터 작년 6월까지 매매거래 건수가 16만8130건인 것을 감안하면 대책 발표 이후 54.97%(9만2425건) 폭증한 셈이다.
지역별로는 지방 비규제지역에 매입량이 집중됐다. 지난해 7월 이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실거래는 경기가 3만3138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 2만9052가구, 경북 2만6393가구, 충남 2만4373가구, 충북 1만9860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쇼핑은 개인·법인을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지난 2019년~2020년 8월말까지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10가구 이상 사들인 구매자수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총 1470명으로, 이들은 평균 28가구를 사들였다. 1000가구 이상 매입한 법인은 3곳이며, 최대 1978가구를 사들인 법인도 있었다. 100가구 이상 1000가구 미만의 주택을 사들인 개인은 총 11명이며, 이 중 269가구, 265가구를 사례가 개인도 확인됐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다주택자의 투기처가 된 것은 정부가 "판을 깔아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개인을 기준으로 1주택~3주택까지 1~3%, 4주택 이상 4%를 적용해 왔던 취득세율을 1주택자 1~3%, 2주택자 8%, 3주택 이상 12%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시세 2억원 안팎(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에는 예외를 둔 것이 다주택자의 '지방 원정'을 부추긴 셈이 됐다.
장경태 의원은 "개인이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1인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인과 개인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다주택자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투기가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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