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두꺼운 허벅지에 건조한 피부"…가상인간도 못 피한 '외모 평가'
입력 2021-09-18 13:03  | 수정 2021-09-18 13:40
중국 가상인간 앤지 / 사진 = 트위터 캡처

국내에서 가상 인간 '로지'가 각종 광고와 협찬으로 올해 수입만 수억 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실제 인플루언서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앤지'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 인간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외모 평가'는 피해가지 못하면서 결국 가상 인간에게도 '특정한 미의 기준'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두인'에서 중국 가상 인간 '앤지'가 화제입니다. 중국 CGI 애니메이션 컴퍼니의 제스 장 디렉터가 개발해 지난해 공개된 앤지는 피아노를 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선풍기를 쐬고, 하품을 하는 등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중국 가상인간 앤지 / 영상 = 트위터 캡처


하지만 최근 앤지의 영상에는 "너 피부가 건조해", "얼굴에 마스크를 써야겠어", "피부가 울퉁불퉁해 보인다", "연예인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다", "희미한 여드름 흉터가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앤지의 외모에 대한 지적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이 뿐만 아니라 앤지의 두꺼운 허벅지, 주름진 화장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중국 가상인간 앤지 / 사진 = 트위터 캡처


CNN은 이에 대해 "엔지의 외모에 대한 비판은 중국에서 진행 중인 미의 기준에 대한 논쟁을 반영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 미의 기준에 대한 태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지만, 여자 연예인들은 여전히 날씬하고 피부가 맑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델라웨어 패션의류학과 정재희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여전히 여성들에게 특정한 미의 이상에 따르라는 엄청난 압력이 있다"며 "상하이 대학생 대부분은 날씬한 몸매나 더 큰 눈과 같이 그들의 몸에 대해 어떤 것을 바꾸고 싶어한다"고 전했습니다. 정 교수는 "앤지 같은 완벽하지 않은 가상 인간의 경우 자신의 외모 개선에 노력하는 중국 여성들과 맞닿아 있다"며 "앤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가상인간 로지 /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가상 인간 '로지'에 대한 외모 지적도 있습니다. "눈 사이가 멀어 매력이 없다", "그리 예쁘지 않다", "촌스러운 느낌이다" 등의 반응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로지'와 '앤지'가 친근하고 개성적인 얼굴로 인기를 얻으며 가상 인플루언서 영역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로지와 앤지에게서 자신들의 평범한 모습을 발견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렇듯 가상 인간에 대한 외모 지적과 더불어 외모에 대한 친근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앞서 AI 챗봇 '이루다'의 사례처럼 여성 가상 인간을 괴롭히는 부작용이 나오지 않으려면 'AI 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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