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2년 전 여성 강간·살해한 장기미제범…공소시효 지나 처벌 불가
입력 2021-09-17 15:07  | 수정 2021-09-24 16:05
재판부 "강간치사는 시효 이미 만료…고의로 죽였을 때만 시효 인정돼"
고의로 살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면소' 판결
다른 범죄로 이미 무기징역 복역 중

20여 년 전 저지른 강간·살해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모(51)씨에게 면소(免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면소는 형사소송을 제기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을 때 내리는 판결로, 사실상 기소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닙니다.

22년 전 놓친 진범…DNA 대조로 찾았다

전씨는 1999년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공범과 함께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숨지고 범행 직후 공범이 도주한 데다 목격자 진술마저 불분명해 진범을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피해자 신체에서 채취한 DNA와 다른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전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11월 검찰은 전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재판부 "고의로 살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벌 불가능

그러나 재판부는 "강간치사 등의 경우에는 시효가 만료됐다.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만 특례 규정을 받아 시효가 인정된다"며 "전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공모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전씨가 고의로 살해했다면 지금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피해자를 때려 살해한 장본인이 전씨인지 공범인지 알 수가 없고, 전씨 등에게 피해자의 신고를 막을 목적으로 폭행한 것을 넘어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0여 년 전 수사기록 분실돼 목격자 진술만이 증거…범죄 증명 어려움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목격자 김모씨 의견에 의존하는데 진술 자체가 모호하고 사건 발생으로부터 20년이 지나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씨의 경찰 진술조서에 첨부된 수사기록은 분실돼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신체에서 전씨의 DNA가 검출됐다고 해서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성관계한 사람이 공범이 아닌 전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