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윤석열 노동 관련 발언 연일 논란
입력 2021-09-16 15:46  | 수정 2021-09-16 16:58
윤석열 예비후보 [이충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노동 관련 '실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게임개발 스타트업 등 현장 목소리 전달 취지이긴 했지만 지난 7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주 120시간' 발언으로 논란이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최근 안동을 찾아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나 뭐 큰 의미가 있냐"는 등의 발언까지 하면서 윤 전 총장의 노동 관련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안동에서 대학생들과 만나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사실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큰 의미가 있겠냐"고 발언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임금만큼 고용안정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단순 육체노동에 대한 폄훼 발언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기업이라는 게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술 갖고 먹고 산다"면서 "사람이 이렇게 뭐 손발로 노동을 하는, 그렇게 해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취지 자체는 노동집약 산업보다 기술이 중심이 돼 부가가치가 큰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가 표현한 '손발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비하했을 뿐 아니라, 타 국가에 대한 멸시까지 담겨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문학 전공자들을 맥빠지게 하는 발언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공학, 자연과학 분야가 취업하기 좋고 일자리 찾는데 굉장히 필요하다"며 "지금 세상에서 인문학은 그런거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된다. 그렇게 많은 학생을 대학교 4년, 대학원 4년…. 그건 소수면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비난 여론은 당 안팎으로 거세다. 윤 전 총장과 대선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란 말을 듣고는 지난번 '주120 시간' 발언이 그냥 실수가 아니었구나 생각했다"며 "인도·아프리카 발언은 외교적 기본 상식이 하나도 없는 결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도 손발 노동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윤 전 총장 말대로 아프리카로 가야 하냐"며 "구의역에서 손발로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 평택항에서 손발로 컨테이너 쓰레기를 치우다 숨진 이군의 비극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또한 "'인문학은 대학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논리냐"며 "윤 전 총장은 법대 출신이다. 사시 합격을 위해 9수를 하는 건 괜찮고 인문학은 할 필요가 없다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적 기업가가 공대 출신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스티브 잡스도 공대 졸업생이 아니었다"며 "경북 안동은 이육사 시인의 고향이고 퇴계의 고향이다. 하필 그 안동에서 인문학이 필요 없다고 말한 윤 후보의 정신 세계도 참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영국 서섹스대에서 한반도정치 연구를 하는 케빈 그레이 교수의 트윗이 담긴 사진 한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별다른 설명없이 게시,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그레이 교수는 "윤석열 후보가 대학생들에게 '육체노동은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놀라운 멸시를 보여줬다. 이런 사람이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울하다"고 영어로 적었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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