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치상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측이 피해자의 진료기록 재감정을 신청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중요한 증거조사인데 조율없이 신청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15일 부산고법에서 열린 오 전 시장 첫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피해자 진료기록감정촉탁신청을 미리 대한의사협회에 해 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자 진료기록에 대한 재감정 결과는 항소심 판단에 가장 핵심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오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사진 = 연합뉴스]
1심에서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후 겪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을 강제추행 치상으로 인정해 오 전 시장에게 징역 3년형을 내렸다. 항소심에서 오 변호인 측이 진료기록 재감정을 의뢰한 것은 강제추행 치상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미리 진료기록감정촉탁을 신청했다고 밝히자 피해자 측 변호인은 "진료기록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조사인데 피해자 측 조율없이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감정신청서에 피해자 측 의견도 같이 들어가도록 해야하는데 감정촉탁 채택을 비공개로 한 것은 이해 못하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상 법원에서 감정촉탁을 많이 한다"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서둘려 감정촉탁을 해놨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재판에서 모두진술을 신청한 뒤 항소심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그는 "수감생활을 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며, 남은 인생 속죄의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대학병원을 포함한 3개 병원에서 감정받은 제 상태는 제발 그만 따져 묻고, 오거돈 당신 정신 감정이나 받아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10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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