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도에 홀딱 젖은 강아지 바닥에 질질…견주 "훈육이었다"
입력 2021-09-15 07:52  | 수정 2021-09-15 08:08
사진 = A씨 제공

한 시민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동물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견주는 "훈육의 일부였다"고 진술했으며 객관적 증거가 없어 처벌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9월) 12일 부산 해운대 강아지 학대녀 보신 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시글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아기와 남편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도 흰색 말티즈를 산책시키고 있었습니다.

A씨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강아지가 걷는 게 힘든지 정말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었다"며 "다리는 후덜덜거리고 곧 넘어질 것처럼 걷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강아지가 너무 힘든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는데도 그 여자는 아랑곳 않고 목줄로 강아지를 힘껏 당겨서 시멘트 바닥에 질질 끌고 갔다"며 "해운대 조선비치호텔 초입부터 엘시티까지 걸어서 대략 20분 이상은 족히 걸리는데 강아지가 주저앉고 넘어지고를 족히 10번 넘게 반복했는데도 (끌고 갔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견주는 백사장 쪽으로 내려가 모래사장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이때도 강아지를 끌고 가는 행동이 반복됐다고 합니다. 또 파도가 쳐서 강아지를 덮쳤는데도 견주는 신경도 쓰지 않고 가던 길을 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A씨 가족 뿐만 아니라 당시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견주를 목격한 사람들 대부분이 강아지의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견주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한 사람들을 봤다고 A씨는 전했습니다.

A씨는 견주를 부르며 학대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견주는 도망치듯 이를 무시한 채 자리를 떠났습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견주를 신고했고, 당시 버스를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을 벗어났던 견주를 경찰이 추적해 붙잡았습니다. 견주는 "강아지를 물에 빠뜨린 게 아니라 강아지가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시켜줬다. 목줄을 달고 끌고 간 건 훈육의 일부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견주가 강아지를 발로 차거나 던지거나 물에 빠뜨렸냐"고 물었지만 A씨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강아지 외관상 상처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견주를 돌려보냈다고 A씨가 밝혔습니다.

A씨는 "정말 죽을 만큼 패고 던져야만 학대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제가 이날 했던 가장 큰 실수는 산책을 하는 긴 시간 동안 강아지가 수신 번 주저앉고 넘어지고 끌려가고 물에 잠겼지만 그 장면을 영상으로 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일요일에 이 견주를 보신 분들이나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신 분들은 제보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견주와 강아지를 봤다는 목격담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13일 월요일에 광안리 회센터 앞에서 봤다. 누가 봐도 아픈 강아지를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바다만 보고 있었다. 그 때도 본인의 빠른 걸음에 맞춰 강아지를 끌고 백사장을 걷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주 수요일에 서면 지하상가에서 (견주가) 저 강아지 끌고 다니다가 사람들 20~30명이 모이고 경찰이 오고 그랬다. 당시에도 말티즈가 젖어 있었고 빨간 목줄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며 "강아지가 너무 불쌍해서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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