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 공무원, 상사에 3년 동안 성폭행 당해…부인은 "불륜이다", 2차 가해
입력 2021-09-10 09:51  | 수정 2021-09-17 10:05
피해자 발령·전출 뒤에도 협박과 폭행 지속
경찰, 혐의 10건 중 1건만 검찰 송치…피해자 측 이의신청

부산의 한 여성 공무원이 50대 남성 상사로부터 수년 동안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부산시와 남구청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2차 가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남구청 공무원 A 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이 넘도록 상사 B 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를 입었습니다.

2018년 8월 B 씨는 A 씨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B 씨는 부임한 날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A 씨를 추행했습니다. 그 뒤로도 B 씨는 A 씨가 만취한 사이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B 씨는 A 씨를 인적이 드문 외진 곳으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자신을 거부하면 공무원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B 씨는 2019년 7월 A 씨가 구청 내 다른 부서로 발령 난 뒤에도 A 씨의 뺨을 때리거나 폭언·폭행을 가하는 등 지속해서 괴롭힘을 시도했습니다.

계속되는 폭행에 A 씨는 지난해 8월 B 씨 부인인 C 씨(남구청 직원)를 찾아가 B 씨의 만행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C 씨는 오히려 "A 씨가 불륜을 저질렀다"며 A 씨 집 앞을 찾아가 이웃 주민들에게 망신을 주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B 씨와 C 씨의 2차 가해는 6개월에 걸쳐 지속됐습니다. 결국 A 씨는 지난 4월 경찰에 직장 내 성폭행 등 혐의로 B 씨를 고소한 뒤 다른 지역으로 직급을 낮춰 전출을 가게 됐습니다.

그러나 전출 뒤에도 B 씨가 바뀐 근무지로 찾아오겠다고 협박하는 등 괴롭힘은 지속됐습니다. 이에 A 씨는 지난 5월 여성가족부와 부산시, 남구청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은 사건의 중대함을 인지하고 진상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회도 지난달 진상조사를 위해 B 씨에게 해명 자료를 요청했지만 불응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A 씨가 제기한 혐의 10건 중 특수폭행 혐의 1건만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 측은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노조는 "남구청은 B 씨를 직위해제만 했을 뿐 진상조사와 2차 가해 등 재발 방지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C 씨는 전출 간 피해자의 상급자에게도 직접 연락해 주의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공직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 비위 문제와 이를 묵인하는 조직 문화, 그리고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 탓"이라며 "남구청은 성범죄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해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부산시에도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에 대한 진상 조사에만 그쳐선 안 되며 남구청 조치에 대해서도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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