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돋보기] [단독] 북한은 미신과의 전쟁 중…식량난에 사주·액막이 극성
입력 2021-09-08 19:20  | 수정 2021-09-08 20:36
【 앵커멘트 】
북한이 주민들의 미신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국경봉쇄와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미신이 극성이라고 하는데요.
<세상돋보기>배준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북한 당국이 미신과의 전쟁을 선언하는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 기자 】
MBN이 단독 입수한 북한 당국의 군중 정치사업 자료입니다.

'사람들을 사상정신적으로 변질타락시키는 미신행위를 철저히 없애자'고 돼 있는데요.

군중 정치사업은 당의 방침을 주민들에게 교육하는 일종의 사상교육입니다.

자료를 보면 병을 고친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지 않고 무속인을 찾아다니거나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궁합을 보는 행위,

손이 없는 날에 결혼식을 하거나 손금을 보는 행위가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 체제를 위협할 거라며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적들이 북조선의 경제난, 식량난이 회복되지 못한 것을 이용해 미신침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미신과의 전쟁'에 나선 모습입니다.

【 질문 2 】
우리도 궁합이나 사주는 심심찮게 보고 신점을 치러 무속인을 찾기도 하잖아요. 북한에서 미신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렇게 대응하나요?

【 기자 】
북한 사회 전반적으로 미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입니다.

북한은 종교 행위와 미신을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요.

상습적인 미신행위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정도가 심하면 최대 10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네마다 암암리에 사주팔자 집이 다 있고, 당 간부들은 전속 점쟁이까지 있을 정도로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점쟁이를 찾고, 돈과 물건을 공원이나 길가에 뿌리거나 굿을 하는 '액막이'를 하기도 합니다.

▶ 인터뷰(☎) : 북한 무속인 출신 탈북민
- "병원 가서도 못 고치는 병이 많아요. (액막이를 해서) 병이 고쳐지는 사람도 있고 안 고쳐지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병을 잘 고쳤어요."

우리가 신장개업을 하면 고사를 지내는 것처럼 새해에 고사를 지내면 한해의 일이 잘 풀린다는 미신이 유행해서 연말에 돼지머리 값이 오를 정도라고 합니다.

【 질문 3 】
북한에서 특히 미신이 유행하는 건 어떤 이유가 있나요?

【 기자 】
아무래도 사회가 불안정하고 위험에 노출된 환경이다 보니 미신에 의존하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사회가 제도화돼 있지 않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험이 매우 크고. 법보다는 공산당의 지배, 정치적인 판단이 우선하는 사회기 때문에…."

90년대 말 100만 명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미신이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국경봉쇄 장기화로 김정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말할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다 보니 미신이 급증하는 걸로 보입니다.

또한 계급 강등과 처벌이 난무하는 독재체제 특성상 앞날이 불안정한 당 간부들이 점쟁이를 찾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앵커멘트 】
먹고살긴 힘들고 사회적인 불안은 계속되니 미신이 횡행하는 거겠죠. 배준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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