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산대교 무료화와 콩고의 쟁기, 재산권 보호 [핫이슈]
입력 2021-09-08 09:10 
일산대교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한 공익 처분을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일산대교 건설에 투자한 대가로 민간 기업에 준 관리·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한강에 건설된 교량 가운데 유일하게 통행료를 내고 있다고 하니 주민들 입장에는 불만이 컸을 것이다. 주민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인 이 지사는 그 마음에 응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재산권 침해가 아닌가 싶다. 일산대교 관리 운영권을 가진 일산대교(주)는 애초에 건설사 컨소시엄으로 설립되었으나 지금은 국민연금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있다. 경기도의 공익 처분은 국민연금의 재산권을 강제로 빼앗는 조치인 셈이다. 물론 경기도는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겠다고 하기는 했다. 그러나 강제로 운영권을 빼앗는 권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과연 국민연금이 원하는 수준의 보상을 할까 의문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정당한 투자와 계약으로 얻은 권리가 훼손됐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국 법정에서 최종 결판이 날 거 같다.
문득 옛 콩고의 쟁기가 기억이 난다. 대런 애쓰모글루가 쓴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따르면 옛 콩고 주민들은 쟁기와 바퀴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들어가서야 쟁기와 바퀴를 널리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옛 콩고 주민들이 쟁기와 바퀴를 몰랐던 게 아니다. 그 몇백 년 전부터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다. 15세기 초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이들에게 쟁기와 바퀴를 쓰라고 권했지만 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아서였다. 쟁기와 바퀴를 쓰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건 너무나 명확했다. 옛 콩고 사람들도 이를 잘 알았다. 하지만 수확량이 늘어나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어차피 세금만 늘어날 뿐이었다. 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몫만 늘어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옛 콩고 주민들은 쟁기와 바퀴의 존재를 알면서도 수백 년 동안이나 이런 혁신을 도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산권이라는 게 이렇다. 재산권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혁신이 없다. 눈에 뻔히 보이는 개선도 하지 않는다. 그 노력의 대가를 가져갈 수 없는데, 누가 시간과 돈, 에너지를 들여 개선하고 혁신하려고 하겠는가.
일산대교가 무료화되면 앞으로 민자사업은 큰 타격을 받을 거 같다. 애써 큰돈을 투자했고 적자 기간도 힘들게 넘겼는데, 이제 수익이 난다고 정부가 관리·운영권을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누가 민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까 싶다. 민자 사업을 혁신하고 개선해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일산대교 재산권 침해 논란은 공공성이 강한 교통 부문에 한정돼 있을 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볼 게 아니다. 뭐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 일단 한 분야에서 재산권 침해가 시작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게 쉬워지는 법이다. 경기도가 일산대교 이용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면, 국민연금의 재산권을 인정하는 한도에서 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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