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전기료 인상 폭탄 돌리기
입력 2021-09-07 20:12  | 수정 2021-09-07 20:43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완공 직전에 사업이 중단된 제4원전 가동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오는 12월에 실시합니다. 대만은 2018년 11월 국민투표에서 원전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지만, 대만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하지 않고, 대규모 정전 사태마저 잇따르자 국민이 또다시 투표를 요구했거든요.

그럼 탈원전을 강행해 원전 가동률이 2015년 85.9%에서 올해 75%로 줄어든 우리는 어떨까요?

한전은 올해 사상 최대의 적자, 4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값싼 원자력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 석탄 등의 사용을 늘렸는데 올들어 이들 가격이 급등했거든요.

게다가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집중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 이행 비용 정산금이 지난해보다 두 배나 늘었고, 정부 방침으로 전기요금도 못 올리니 적자가 날 수밖에요.

엄청난 영업손실이 눈에 보이는데도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건, 물가 상승과 대통령 눈치 보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깃발을 올리며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임을 누누이 약속했거든요.

결국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과 정부의 눈치 보기로 '전기료 인상 폭탄 돌리기'가 만들어진 겁니다.

물론 전기료 인상을 달가워할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몰리면, 사상 최대의 적자 청구서는 국민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방법은 하나입니다. 한전은 고강도 자구 노력을 벌여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탈원전과 탄소 중립과 같은 사안에 대해 비용과 손익을 솔직히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숨겨선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책<그리스인 이야기>에서 '어리석은 다수의 국민에 의해 운영되는 중우정치에서, 리더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선동하는데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리더는 불안을 선동하는 중우정치 리더일까요, 아니면 국민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만드는 민주정치 리더일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전기료 인상 폭탄 돌리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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