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원장 김문석)이 연차 20년 이상 법관을 대상으로 회복적 사법과 치료적 사법에 대한 강의를 연다. 사법연수원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갖춘 법관을 대상으로 치료적·회복적 사법을 나눠 강의하는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2일 사법연수원은 오는 27일과 10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치료적 사법과 회복적 사법 강의를 연다고 밝혔다 20년·21년 경력의 판사들이 대상이다. 김상준 법무법인 케이에스앤피 대표변호사가 치료적 사법을, 임수희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가 회복적 사법에 대해 각각 강의할 예정이다.
앞서 치료·회복적 사법이 일부 재판부에서 시범 실시된 적은 있으나, 일선 재판부까지 정착되지는 못했다. 이에 시범 실시 후 경과를 지켜보기보다 법관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율적으로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복적 사법은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통해 피해자의 생활을 회복시키고 피고인의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는 접근 방식이다. 피해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를 통해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피해자도 유사한 범죄를 다시 당하지 않도록 안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적 사법은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중독 요인 등에 대한 치료가 처벌과 병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회복적 사법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중시하는 '응보적 사법'을 대체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이론연구센터에서 열린 회복적 사법 세미나에서 "회복적 사법은 응보사법이 단단히 자리잡은 상태를 조건으로 안전하게 구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복적 사법이 응보사법을 밀어내거내 대체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며 "응보사법도 결국 제대로 구현된 회복적 사법에 의해 왼성된다"고 했다.
해외 조사에서도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이 적용됐을 경우 재범율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03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회복적 사법이 적용된 경우와 일반적인 사례를 비교해 첫 해 재범율은 첫 해 각각 15%와 38%, 2년째와 3년째에는 각각 28%와 54%, 35%와 66%로 나타났다.
경찰 단계에서도 회복적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회복적 경찰활동은 지난 2019년 15개서에서 시범 운영됐으나 2020년에는 178개서로 확대됐고, 경찰은 올해에는 200개서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처리된 578건 가운데 533건에 대해 조정이 이뤄졌으며, 처리 이후 모니터링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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