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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김지혜 작가 “‘실격’에서 시작해 ‘인간’만이 남는 과정”
입력 2021-09-01 09:36 
사진 ㅣJTBC
‘인간실격이 깊이 있는 통찰과 결이 다른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오는 4일 첫 방송되는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박홍수, 극본 김지혜,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은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전도연 분)과 아무것도 못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진 청춘 끝자락의 남자 강재(류준열 분), 격렬한 어둠 앞에서 마주한 이들의 치유와 공감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인생작 메이커 배우들과 제작진의 만남은 기대감에 불을 지핀다. 5년 만에 나란히 드라마로 복귀하는 전도연과 류준열, 그리고 영화 ‘천문,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한국 멜로 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과 영화 ‘소원,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건축학개론 등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김지혜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특히 영화계에서 정평이 난 허진호 감독, 김지혜 작가의 첫 번째 드라마라는 점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깊고 짙은 감성을 더한 웰메이드 휴먼 멜로의 탄생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이에 첫 방송을 사흘 앞두고 김지혜 작가가 ‘인간실격에 대한 궁금증에 직접 답했다.
김지혜 작가는 18시간이 넘는 시간(러닝타임)을 갖게 된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쁨이었다. 자칫 기둥이 아니어서 쓸모없다고 잘려 나갈 수 있는 가지와 잎사귀들까지 풍부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라며 처음 드라마 집필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집필 배경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글을 써왔지만 ‘나를 온전히 보여준 적이 없다. 얼마나 많은 실수와 실패 속에서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얼마나 고독하고 사랑받았는지… 그 마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인간실격을 쓰게 된 순간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도전은 색다른 차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대본을 접한 분들에게 기존 드라마의 공식을 하나도 따르지 않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허공에서 등장인물들이 불러주는 대로 작업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 점이 오히려 묘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과 ‘강재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제목도 흥미롭다. 김지혜 작가는 그 의미에 대해 우리의 삶이 늘 한결같고 정갈하기만 할 수 없듯이, ‘인간실격 역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불편한 구석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부질없는 불편함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내가 이미 그것을 ‘실격이라고 규정지으면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실격에서 시작해 ‘인간만이 남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는 그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등 너무 대단한 작품들을 하셨다. 모두가 하는 기대를 저도 똑같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앞선 두 작품과 ‘인간실격은 어딘가 비슷한 듯 결이 매우 달라서, 여전히 놀랍도록 순수하신 감독이 때때로 솔직하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한 ‘인간실격의 인물들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던 기억도 있다”라고 애정 어린 소회를 전하기도.
또한 감독님과의 작업을 열망하시는, 제게는 너무 과분한 배우분들이 대거 출연을 결정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감독님을 통해 날것의 감정들이 다듬어져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더 좋은 부분도 있을 것이기에 저 역시 방영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허진호 감독의 대다수 작품에 참여한 조성우 음악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설렘을 나타내기도 했다. 두 분께서 내내 작업을 함께 하셨기에 ‘인간실격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기대가 현실이 되었고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전도연, 류준열 배우의 캐스팅 소식에 ‘나만 잘하면 되겠다란 생각뿐이었다는 김지혜 작가. 부정이는 쉽게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 인물이라 집필 중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때마다 현장에서 이 고통을 고스란히 겪을 전도연 배우를 생각하면서 단 한마디 침묵조차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라며 전도연 배우가 다음 작품에서 부정이가 아닌 다른 배역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오랜 애인이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는 것만큼 질투가 난다”라고 남다른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강재에게는 웃을 때도, 먹을 때도, 장난을 칠 때도 슬픔이 있다. 굳이 그 설정을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류준열 배우가 연기하는 모든 강재가 슬펐다. 마지막 촬영장에서 제 앞을 지나가는 짧은 순간마저 강재가 너무 슬퍼서 그곳에 선 채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소중하게 남아있다”라는 특별한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인간실격은 고독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힌 김지혜 작가는 사람은 그냥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움의 크기는 줄어들고 이해의 폭은 넓어지고, 때로는 그 사람에게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언가 지나가면 다음 것이 또 온다. 더 무섭고 끔찍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지나가려면 반드시 내가 거기 존재해 있어야 한다. 지금이 지나가지 않고 영원할까 봐, 혹은 지나가는 것을 붙잡으려 자신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혼자 많이 웃기도 하고, 그보다 더 많이 울기도 하면서 쓴 작품이다. 저의 긴 편지가 여러분의 일상에 작은 두근거림으로 다가가기를, 달콤한 고통을 선사하기를 기도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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