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우 어벤저스' 뭉쳤다…투뿔 출현율 100%에 도전
입력 2021-08-24 14:56  | 수정 2021-08-24 15:26
한우 기술명인과 마이스터, 신지식인 등 정부에서 공인받은 한우 전문가 20여 명이 23일 충남 금산군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공부모임 `우보천리(牛步千里) 21`을 시작하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혁훈 기자]

지구상 최고의 쇠고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벤저스급' 한우 농가들이 한데 뭉쳤다. 23일 오후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다.
한우 기술명인과 마이스터, 신지식인 등 정부에서 공인받은 한우 전문가 20여 명은 이날 1년간 진행될 한우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우보천리(牛步千里) 21'이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듯이 뚜벅뚜벅 배우고 익히며 한우를 세계 최고의 소로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 미국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USA투데이는 지난 4월 '한우가 지구상 최고의 쇠고기가 될 수 있는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한우의 우수성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실시간 동영상으로 연결된 일본 측 전문가가 국내 대표 한우 농가들에게 세계적인 쇠고기 와규 양육 노하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이들 한우농가는 우보천리21 과정을 통해 세계 최고의 쇠고기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 와규(和牛) 사육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이번 과정이 기존의 다른 교육과정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현지 전문가로부터 실시간으로 영상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다. 일본 측 전문가는 와규 농가들이 최고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송아지부터 번식우, 비육우까지 어떻게 길러내는지 그 노하우를 소개한다. 또한 일본 현지 우수 농가를 직접 찾아가는 라이브 현장 교육도 실시된다.
이날 영상으로 실시간 연결된 일본 측 전문가는 와규 생산의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현지 경진대회에서 낙찰가격 2억5000만원을 기록한 와규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최고 한우 전문가로 통하는 황성구 한경대 동물생명융합학부 교수가 우보천리21 강의를 맡았다. '한우 고급육 생산을 위한 과제와 현장에서의 도전적 미래기술'을 주제로 한 황 교수 강의는 준비된 자료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릴 정도로 열띠게 진행됐다. 황 교수는 한우 고수들의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주는 데 집중했다. 그 중 하나는 마블링(근내지방도)에 관한 것이었다. 쇠고기 등급 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마블링의 경우 어미소(암소) 형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수정난이 만들어질 때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떨어져 나가고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만 남아있기 때문에 어미소 형질이 마블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성구 한경대 동물생명융합학부 교수가 `한우 고급육 생산을 위한 과제와 현장에서의 도전적 미래기술`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이날 교육에서는 우보천리21 과정의 최고 강사는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우 농가들 자신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우보천리21에 참여하고 있는 한우 농가들은 수십년 농장 경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수준 높은 질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한 농가의 물음에 전문가가 답을 하고 여기에 다른 농가가 의견을 더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식이었다. 이번 교육과정 설립을 주도한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 각자가 국내 최고의 한우 사육 고수들"이라며 "각자가 오랫동안 보유한 노하우를 내놓고 서로 공유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길 우보천리21 교장(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국내 최정상의 한우농가들이 이제 각자에게 부족한 0.1%를 채우기만 하면 세계적인 수준의 쇠고기를 생산해 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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