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손보험료가 많이 올랐는데도 보험사 적자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손보험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은 작년 상반기 4조9806억원보다 11.0% 늘어난 5조527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빼고 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쓰이는 '위험보험료'를 작년 상반기의 3조7740억원 대비 10.6% 많은 4조1744억원이나 걷었지만 보험금 지급에는 모자랐다. 이에 따라 상반기 보험손익은 1조412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손실이 17.9% 커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2세대인 표준화실손보험과 1세대인 구실손보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렸지만 손실을 줄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은 132.4%를 기록했다. 사업운영비를 포함한 보험료 전액, 즉 영업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한 영업손해율은 위험손해율보다 10∼13%포인트 낮은 점을 고려하면 영업손해율은 120∼123%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 1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만2000원을 지급한 셈이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는 백내장, 도수치료, 비타민·영양주사 같은 건강보험 미적용 '비급여' 의료비가 통제불능으로 늘어나는 탓이다.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이 2018년 2490억원에서 지난해 천374억원으로 불었다. 올해 상반기에에도 작년 동기 대비 58.2%나 급증한 481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백내장 치료의 고가 검사비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전환해 건보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전체 수술비는 그대로거나 되레 늘어나 환자 부담에 변화가 없고 전체 실손보험 지출은 크게 늘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비급여의 종류와 양이 계속 늘고 고무줄 가격 관행이 계속된다면 보험료를 아무리 올려도 적자는 늘 수밖에 없고 공보험인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면 실효성 있는 비급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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