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
'연을 쫓는 아이' 작가 "아프간의 여성들은 버려졌다"
탈레반 정권, 여성 교육·취업 기회 박탈 등 인권 침해 위험
'연을 쫓는 아이' 작가 "아프간의 여성들은 버려졌다"
탈레반 정권, 여성 교육·취업 기회 박탈 등 인권 침해 위험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아요.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겠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한 10대 소녀가 카메라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합니다.
현지시간으로 13일, 이란의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양갈래로 머리를 곱게 딴 10대로 보이는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프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면서 "그래도 영상을 촬영하려면 눈물을 닦아야한다"고 말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고 말하던 소녀는 "웃기지 않느냐"라는 말과 대조되는 눈물을 흘리면서 영상 촬영을 끝냅니다.
해당 영상을 공개한 알리네자드는 "탈레반이 국가를 점령하면서 미래가 산산조각 난 채 희망을 잃은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눈물"이라는 글을 함께 올렸습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세상이 그들을 무너뜨렸다. 역사는 이를 제대로 적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고, 해당 영상은 현재까지 204만 회 이상 조회되고, 1만 6천 회 이상 리트윗되는 등 아프가니스탄의 참극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를 쓴 아프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버려졌다"며 "그들의 꿈과 희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이 지난 20년간 싸우며 추구한 권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습니다.
현재 아프간의 수도까지 진입한 탈레반은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하게 됐습니다.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다스렸던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미국에 의해 축출당한 바 있습니다.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 여성들은 학교를 다닐 수도 없고, 공공장소에 갈 때는 온 몸을 옷으로 가린 채 남성이 동행하는 경우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내세우며 이를 어기는 여성들을 공개적으로 태형을 집행하거나, 심한 경우 처형을 집행하기도 합니다.
탈레반이 축출당한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BBC에 따르면 2017년 아프간 여자 중학생 수는 350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고, 대학생 중 1/3도 여성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레반 집권 시기 여중생이 단 한 명도 없던 것과 비교하면 여성의 지위가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외국 병력은 자국민들을 아프간에서 빼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프간의 여성들은 방치된 상태입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소녀와 여성들이 힘들게 얻은 인권이 박탈당한다는 보도를 접하는 건 너무 끔찍하고 가슴아픈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것을 극한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 아프간의 여성·소수자·인권 옹호자들의 안위가 심히 걱정된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탈레반 소속 군인들이 벌써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12살 이상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결혼 리스트'를 만들고 성접대를 강요하는 등의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아프카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국제 공항에 몰려 들었으며, 비행장에 몰린 사람들 때문에 여객기는 물론 군용기까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