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내 UN 안전가옥 피신…"죽음 각오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에 가보고 싶었다. 미군이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있으니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위험한 나라를 검색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영국의 대학생 마일스 루트리지(Miles Routledge·22)가 현재 카불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카불 내 UN 안전가옥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17일)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일스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13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여행을 갔다가 주말 동안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하면서 갇힌 상태입니다.
마일스는 "미군이 아직 아프간에 있으니 안심했다"며 "최소 한 달은 아프간 정권이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프간에서 식중독에나 안 걸리면 다행이라고 여겼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영상 플랫폼 트위치와 미국 커뮤니티 4chan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여행 소식을 전해온 그는 카불 함락 초기만 해도 "여행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밝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출국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등의 글을 남기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마일스의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에는 그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분명히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살아 돌아와 이번엔 가장 안전한 나라로 떠나길 바란다"라고 격려했습니다.
마일스의 상황을 파악한 그의 모교 러프버러 대학도 마일스의 귀국을 돕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함락한 탈레반은 하루 만에 대통령 궁을 장악했습니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를 시인하는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대피 행렬에 나선 주민들이 몰려 들면서 현재 카불 공항은 심각한 혼란에 빠진 상황입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