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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만 후배들 반발 부른 어느 원로의 '정신력 타령'
입력 2021-08-13 09:14  | 수정 2021-08-13 09:40
김응용 전 대한야구협회장이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의 정신력을 지적했다 반발에 부딪혓다. 사진=MK스포츠 DB
김응용 전 대한야구협회장이 후배들에게 공개 공격을 받았다.
"배에 기름이 차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지 못한 것"이라는 쓴 소리에 대한 반응이었다.
대표팀 막내부터 국가대표로 큰 일을 많이 이뤄냈던 베테랑까지 사실상 김 전 회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대놓고 김 전 회장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이 가져 온 파장이 가장 컸기에 사실상 그에 대한 반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키움 이용규는 12일 경기가 끝난 뒤 작심한 듯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말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중계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실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느꼈다. 직접 경기를 뛴 선수들은 더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타자와 투수 모두 기량을 늘려서 다음 대회를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며 선수들의 정신력이 아니라 기량의 차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 막내로 도쿄를 다녀 온 투수 김진욱도 "결과의 아쉬움보다 '투지가 부족했다'는 말이 가장 아쉽다. 잘할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말은 인정할 수 없다.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 자리였고, 다들 마음을 모아 이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경기 지고 나서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대한민국 야구의 최고 어른이다.
감독으로 전무 후무한 한국 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끌었다. 구단 사장으로 변신한 뒤에는 삼성 왕조의 기틀을 닦았다. 여기에 대한야구협회장을 역임하며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도 힘을 쏟았다.

당연히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게감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올림픽 이후 내 놓은 관전평은 기대 이하였다.
김 전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야구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죽기 살기로 했다.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대회 개막전 불거진 일부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과 관련, "요즘엔 초등학생들도 훈련할 때 모두 마스크를 쓴다. 어린아이들도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방역수칙을 지키는데, 프로선수들은 단단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KBO도 중심을 잡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한 징계를 내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그런 상황에서 올림픽에 나갔으니 선수들에 제대로 뛰었겠나. 배에 기름이 찬 상태에서 뛴 것이나 다름없다"며 "KBO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구성원 중에 잘못한 이가 있으면 재발 방지를 위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뭔가 그럴듯 해 보이지만 경국 정신력 타령을 한 셈 밖에 안됐다. 수 많은 언론들이 자극적인 '배에 기름이 찼다'는 표현을 물고 늘어졌다.
최고의 프로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기량을 갖춘 대표팀이라는 비판은 가능하다. 특히 김 전 회장 같은 원로들이 문제점을 짚어줘야 한다.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긴 애정어린 비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일구회가 그랬듯 한국 최고 원로로서 야구팬들에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메시지를 내 놓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말은 자극적인 정신력 타령에 불과했다. 새카맣게 어린 후배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이유다.
이제라도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무게감에 어울리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바닥을 친 한국 야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견을 내 놓아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신력 지적이 아니라 한국 야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그것이 한국 야구 최고 원로로서 해야 할 임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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