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은행권이 서비스 대상을 중금리로 제한해 달라는 새 제안을 내놓아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주요 금융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5대지주 회장들은 은 위원장에게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빅테크·핀테크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 중금리 대출로 제한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10월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범하고 연말까지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4등급) 차주에게 실행되는 것으로, 업권별 금리상한 이하의 비보증부 신용대출이다.
은행권의 경우 금리상한은 6.5%로, 현장에서는 5∼6%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빅테크 종속·수수료 지급 등을 이유로 빅테크 등이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거부해 왔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기존 핀테크 업체의 대출비교 시스템이 연결되면 핀테크들과 무조건적인 제휴를 맺고 전체 대출상품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 이에 최근 은행들은 결국 독자적으로 대출금리 비교시스템을 구축키로 방향을 잡으면서 상황이 꼬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계획대로 플랫폼 비교 대환대출이 이뤄지면, 이미 낮은 금리로 대출받고 있는 고신용·고소득 대출자들이 더 저렴한 금리를 이용하면서 결국 고신용·고소득자들의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 위원장은 전날 가진 5대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 직후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금리대출을 먼저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금융당국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금융당국도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예정대로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범한 후 향후 은행권의 독자 대출금리 비교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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