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죽은 시인의 사회' 선생님은 왜 세상을 떠났을까
입력 2021-08-10 14:31  | 수정 2021-08-10 14:36
로빈 윌리엄스 / 사진=MovieWeb
죽음에 영향 준 것은 루이소체 치매 결정적
'파킨슨병' 오진으로 약물 부작용 겪어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 올 가을 개봉 앞둬

이달 11일은 국내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지 7주기가 되는 기일입니다.

'루이소체 치매' 앓아…초기엔 오진받고 약물 부작용도

2014년 8월 11일 해외 매체들은 로빈 윌리엄스의 죽음을 알렸습니다. 언론에서는 윌리엄스의 알코올과 약물 중독 전력을 들먹이며 자극적인 추측성 보도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망하고 두 달이 지난 후 그의 죽음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루이소체 치매'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로빈은 사망 전 2년 간 루이소체 치매(DLB)를 앓았으며, 이는 가족들에게도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아들은 잭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전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증상이 둘 다 나타나는 치매로, 전체 치매 사례의 10~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루이소체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파킨슨병 증상 때문에 운동기능이 저하되고, 알츠하이머병 증상으로 인지기능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잭에 따르면 로빈은 사망하기 2년 전 루이소체 치매가 아닌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로빈의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사지만, 잭은 로빈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본적인 원인에 오진이 있었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DLB 치료가 아닌 파킨슨병 치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사용한 약물과 부작용 등이 로빈을 매우 힘들게 했다는 것이 아들의 설명이었습니다.

"뇌를 재부팅하고 싶다"…우울감 호소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좌)과 유작이 된 '박물관이 살아있다:비밀의 무덤' 포스터 / 사진=네이버 영화

잭은 로빈이 우울증, 불안증 등으로 고통을 겪는 동안 일주일에 몇 차례씩 대화를 나눴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의학박사 브루스 밀러는 루이소체 치매가 "전에 본 적 없는 파괴적인 형태의 치매"라고 설명했습니다.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고, 치료법도 없는 최악의 치매가 로빈 윌리엄스의 뇌를 잠식한 것으로 걷고 말하는 것조차 기적이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늘 낙천적이면서도 삶의 소중함과 두려움에 예민했던 로빈 윌리엄스는, 자신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유머와 연기도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밤마다 망상에 시달려 사람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고 정신을 차리면 아내에게 "내 뇌를 재부팅 하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박물관이 살아있다:비밀의 무덤'(2014)에 등장한 윌리엄스는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수척하고 생기를 잃은 모습입니다.

이러한 로빈 삶의 굴곡을 담은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은 지난해 제작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7주기 기일인 11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올 가을로 개봉을 미뤘습니다.

[이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ajjy550@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