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촛불 배신" vs "국민의 뜻"…이재용 가석방에 엇갈린 대권주자들
입력 2021-08-10 08:43  | 수정 2021-08-17 09:05
與 "공정 날려" vs "결정 존중" 의견 갈려
국힘 "석방 환영"…정의·열린민주 "동의 못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오는 13일 석방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대권 주자들의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여권은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린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의 입장을,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與 "법무부 결정 존중" vs "재벌 특혜"


오늘(10일)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며 법무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사 측은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해 사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 부회장이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습니다.

'국민 동의'를 전제로 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구시대적 경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혁신경제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께 속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조언을 건넸습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어제(9일)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존중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은 "공정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추 전 장관은 "깃털같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도 감당하지 못할까 봐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렸다"며 "국정농단 세력과 불법적으로 유착한 대형 경제사범을 가석방하기 적절한지는 촛불의 정의로 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며 "민주당이 촛불국민을 배신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손을 잡는 신호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삼성 저격수'를 자처해오던 박 의원도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반대 뜻은 누차 밝혔다.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대통령 말씀의 행간을 읽어보면 방향은 읽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국힘은 석방 환영 "삼성, 경제 책임 다하길"


국민의힘은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부회장이 앞으로 전개될 반도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주길 바란다"며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도 결정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삼성은 혁신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면서도 "향후에는 우리 사회에 정경유착과 이로 인한 권력형 비리가 완전히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국민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살리기에 결초보은, 분골쇄신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결정을 "법무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의·열린민주 반발 "촛불 배신이자 자기부정"


국민의힘과 달리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측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촛불로 태어난 정부가 국정농단을 가석방했다"며 "대한민국의 법치가 또 한 번 시장 권력 앞에 무너졌다. 촛불 배신이자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라고 반발했습니다.

정윤희 열린민주당 부대변인도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은 언론과 정치권의 협잡이 만들어낸 사법 불공정의 전형"이라며 "도대체 왜 재벌의 범죄와 처벌 앞에서는 언론의 사명도, 사법 정의도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했습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묵시적 청탁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 돼 올해 1개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부회장이 지난달 말로 형기 60%를 채우면서 어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며 오는 13일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고 밝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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