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카카오뱅크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입력 2021-08-06 17:44  | 수정 2021-08-06 19:40
6일 카카오뱅크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증시에 입성한 가운데 한 사람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설치된 카카오뱅크 상장을 알리는 전광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형기 기자]
상장 첫날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대비 79%, 시초가 대비 30% 오르며 출발했으나 투자자들에게 성장성을 설득하기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은행 사업 부문에서 새로 선보일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오토론 등 상품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플랫폼 사업 부문 성장성을 빠르게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인 6일 6만9800원에 마감했다.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지만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장 초반 소폭 하락세를 그렸으나 이내 상승 전환한 데는 외국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 매수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외국인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2254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기관도 996억원어치 사들였다.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 오르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외국인의 기계적인 매수세도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주가가 공모가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경우 모건스탠리(MSCI) 지수 편입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지수 편입에 따른 매수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카카오뱅크가 단순 은행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은행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국내에서 매달 가장 많은 고객이 방문하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으로 입지를 굳힌 점과 더불어 국내 1위(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 기준) 앱인 카카오톡을 통한 '록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이 플랫폼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근거다. 방대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중금리대출의 신용위험 평가 능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 카카오뱅크는 다른 금융회사 상품도 소개하고 수수료를 벌어들인다. 현재 증권사 4곳, 제2금융 14곳, 카드사 5곳 등이 입점해 있다.
다만 현재 재무제표를 고려하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음은 기정사실이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수익비율(PER)은 225.89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03배로 나타났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PER와 PBR 평균치가 5.24배, 0.42배에 불과한 데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편 현재까지 카카오뱅크 관련 보고서를 낸 증권사 중 목표주가를 설정한 곳은 2곳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5일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BNK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2만4000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모든 시스템이 정보기술(IT)로 진행되는 만큼 향후 금융시스템의 복잡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신규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리스크 확산 경로가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신규 리스크의 경우 과거와 달리 원인 파악 및 대체 과정에서 리스크 불확실성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가 일으킨 돌풍에 기존 금융권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술을 탑재한 금융기업에 1.5배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빠르게 핀테크 플랫폼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이미 신한은행은 MZ세대의 재테크 트렌드를 반영한 금융상품을 쏟아내고 있으며 KB금융은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하는 등 기술과 금융을 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인선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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