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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참사' 한국야구, 감독 선임부터 잘못됐다 [김대호의 야구생각]
입력 2021-08-06 09:48  | 수정 2021-08-06 13:26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의 무능과 아집이 도쿄올림픽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요코하마(일본)=천정환 기자
결과론이지만 감독 선임부터 잘못된 결정이었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아니 배신감을 줬다.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경기에서 질 수도 있고, 금메달을 못 딸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5일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2-7로 완패한 뒤 금메달을 못 딴건 아쉽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말장난도 아니고 국가대표 감독이 이런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는데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고 왜 말하지 못했는가. 김 감독은 도쿄로 출발하기 전 우리 대표팀 전력 상 우승은 무리 아니냐”는 질문에 당치 않다”면서 올림픽 2연패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았는가.

미국 마이너리그 대표팀한테 실력에서 완전히 제압당한 끝에 두차례나 진 야구대표팀 감독은 그제서야 금메달 못 딴건 아쉽지 않다”고 실토한다.
올림픽 2연패 기대감에 들떠 TV앞에서 숨죽이며 경기를 본 국민들은 김경문 감독의 이 말에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 대표팀 실력으로 금메달은 불가능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대표팀 실력이 떨어져서 일본 미국에 연거푸 졌을까. 감독은 불가항력이었을까.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전부터 보자. 대한민국이 질 경기였나? 한국은 2-2인 8회 2사 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당시 마운드에는 고우석이 있었다. 고우석은 결정적인 수비 실수에 이은 볼넷으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분위기는 일본으로 넘어갔고, 고우석은 평정심을 잃은 것이 TV화면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경기 뒤 김경문 감독의 말이 걸작이었다. 고우석에게 이닝을 끝내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경기 주도권이 일본으로 넘어가 패배 일보 직전인데 김 감독은 고우석이 받을 상처를 먼저 걱정했다. 일본전 승리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보다 고우석 자존심이 김 감독에겐 더 중요했던 것이다.
5일 미국전에서도 투수진 운영이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불펜에서 김 감독이 믿는 투수는 조상우 한 명밖에 없었다. 대표팀 구성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장기 페넌트레이스는 잘 운영할지 모르지만 단기전엔 절대적으로 약하다. 단기전은 내일이 없다. 선수기용에 선입견을 갖거나 고집을 피워선 이길 수 없다. 그건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단기전에서도 페넌트레이스 같은 선수기용을 한다. 김 감독은 이 지적을 수없이 받았지만 고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이 타의에 의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후임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이 지명됐을 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감독 선임부터 대재앙이 잉태된 것이다.
[김대호 MK스포츠 편집국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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