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실확인] 마스크 쓰고 운동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입력 2021-07-30 16:41  | 수정 2021-07-30 17:04
건국대 대학원 스포츠의과학과 연구팀 / 사진 = MBN
코로나19로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일각에선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전에도 폐활량 증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을 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했더니 효과가 더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데 과연 사실일지 확인해 봤습니다.

■ 마스크 쓰면 저산소 환경 효과…"일반인은 큰 효과 보기 어려워"

지난 1968년 제19회 올림픽이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됐습니다. 멕시코시티는 해발고도가 2,240m 고지대에 자리한 도시입니다. 이때 고산지대 국가인 에티오피아, 케냐, 튀니지 등이 중장거리 육상 경기에서 금메달을 독식했는데요. 이때부터 과학자들이 고지대의 저산소 환경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저산소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신장이 자극되고, 적혈구 생성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이 더 많이 분비됩니다. 결과적으로 적혈구가 증가하고 산소가 효율적으로 운반돼 운동수행능력이 향상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면 이런 고지대 저산소환경에서 운동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대학원 스포츠의과학 연구팀이 KF94 마스크를 쓰고 시속 7km로 뛰었더니 체내 산소포화도가 해발 1,000m 이상에서 운동하는 것과 비슷하게 측정된 겁니다.

건국대 대학원 스포츠의과학과 연구팀 / 사진 = MBN


보통 평지에서 산소 포화도는 95% 이상으로 측정됩니다. 그런데 연구진이 마스크를 착용하니 88~89% 정도로 측정됐고 이 수치는 해발 1,000~2,000m 수준과 동일한 수준이었습니다. 박훈영 건국대 스포츠의과학과 교수는 "인체가 산소가 부족한 것을 느끼면 산소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인체가 변화한다"며 "마스크를 썼을 때도 고산지대 저산소 환경과 같은 산소 분포도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단기간 산소분포도 변화 측정만 한 상황이라 실제 심폐지구력 향상 등으로 이어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몸에 잠깐 변화가 나타났다고 해서 이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산소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이 종종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정도라면 큰 신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치 사람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하다가 모래주머니를 빼면 더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저산소환경에서 정확하게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운동선수들이면 모르지만,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면 일반인에게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 마스크 쓰고 운동하면 심폐 능력 저하…"건강하면 큰 문제 없지만 조심해야"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연구팀 / 사진 = MBN

그럼 운동할 때 마스크를 쓰면 심폐 기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여러 대학 연구팀이 관련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 7월,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연구팀은 '덴털 마스크, FFP2/N95 마스크가 심폐운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냈습니다. 3-40대 건강한 남성 12명을 각각 마스크 미착용 / 덴털 마스크 착용 / FFP2, N95 마스크 착용 집단으로 나누고, 점차 운동 강도를 올려가며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확인했습니다.
사진 = MBN


보통 심폐운동능력을 측정할 때는 최대 산소섭취량(VO2 max)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요. 체중 1kg당 1분간 섭취할 수 있는 최대산소량을 말합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성능이 좋은 마스크를 쓸수록 최대 산소섭취량이 감소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로 인한 호흡 저항이 커지다 보니, 호흡 한 번에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팀은 결국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면 심폐운동능력이 저하된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다만, 이 변화가 건강한 사람들한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원래 심폐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조심해야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베일러 대학교도 2021년 4월 '러닝머신에서 뛸 때 마스크 착용이 인체에 미치는 생리·지각 반응'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번엔 성인 남녀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운동 시간은 줄어들었고 호흡 곤란은 늘었습니다. 최대산소섭취량은 29% 줄어들었고 피로감을 느끼는 시간이 14%나 앞당겨졌습니다.

이에 대해 윤진하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할 때 10%정도 산소섭취량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10% 정도 과하게 운동하는 것인 만큼 운동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산소가 충분히 전달돼야 건강한 몸이 된다"며 "운동이 끝난 후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마스크를 벗고 깊게 숨을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마스크 쓰면 호흡 근육 발달?…"횡격막 강화와는 거리가 멀어"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쓰면 깊게 숨을 들이마시게 되다 보니까 호흡 근육이 발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보통 운동할 때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흉식호흡은 가슴, 갈비뼈를 이용한 호흡방법이고, 복식호흡은 횡격막, 즉 배가 팽창하듯 호흡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한다고 해서 횡격막과 같은 호흡근들이 강화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종합하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단됩니다. 마스크를 쓰면 우리 몸에 산소가 적게 들어오고 심폐 운동 능력이 저하되고, 호흡 저항이 생겨 숨이 가빠지고 호흡 곤란을 더 빨리 느끼게 됩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한다면 '저산소 환경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신체 변화 효과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 지속적으로 훈련을 하는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요즘과 같이 덥고 습도가 높은 날씨에 바깥에서 계속해서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마스크가 땀에 젖었을 때는 호흡이 더 어렵기 때문에 마스크를 잠시 벗고회복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김보미 기자 / spr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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