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무원 합격 번복' 유족, "합격 번복과 평가 기준 해명해 달라" 청원
입력 2021-07-30 10:17  | 수정 2021-08-06 11:05
필기시험 3등했지만 면접 '보통' 받아 최종 불합격
유족 측 청와대 국민청원 진행 중
부산광역시교육청, "보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부산시교육청의 '행정적 실수'로 인한 공무원 합격 번복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A 군의 이야기에 유족은 물론 국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인 A(19)군은 지난 달 6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이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건축직 9급에 응시했습니다. 필기시험과 면접까지 치룬 A 군은 지난 26일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기쁜 소식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한 시간만에 성적열람사이트에서는 '불합격'이라는 글씨가 나타났고, 부산시교육청은 A 군에게 '행정적 실수'라는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합격 번복에 충격을 받은 A 씨는 다음 날 27일,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본인의 합격 번복 이유를 알야했던 A 군이 큰 좌절을 느끼고 힘들어했다며 28일 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필기시험에서 5명을 선발하고 면접으로 3명을 최종 합격시키는 임용시험에서 A 군은 필기시험 3등, 면접 '보통'을 받았지만 최종 불합격 처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기시험에서 5등을 하고 면접에서 '우수'를 받은 같은 반 학생 B 군은 최종 합격한 것을 본 A 군은 10분 정도 진행된 면접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3명의 면접관의 평가 항목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 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가능성' 등 다섯 가지였습니다.

이 때 면접 결과는 '우수', '보통', '미흡'으로 분류되어 '우수' 평가를 받으면 필기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최종합격을 하게 됩니다. A 군과 같이 '보통'을 받게 되면 우수 등급을 받은 응시자의 인원까지 포함해 필기시험 성적 순으로 선발합니다. '미흡'을 받으면 필기시험을 잘 봐도 불합격 처리됩니다.

이번 임용시험에서도 B 군이 면접 '우수' 평가를 받으면서 총 3명을 뽑는 과정에서 필기시험 3등을 한 A 군이 최종 불합격 처리가 된 셈입니다.

이에 유족 측은 "A군이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갑작스럽게 바뀐 결과와 모호한 면접 성적 처리에 많이 답답해했다"고 전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3년 내내 반장을 하며 성실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 군은 담당 임용 책임자로부터 "다음 시험은 잘 쳐라"라는 말을 듣고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A 군은 "시험을 아무리 잘 쳐도 어차피 면접에서 안 될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27일 오후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 측은 그제(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산광역시교육청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청원 글은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어제(29일) 공개 전환됐습니다.

청원인은 A 군의 사촌누나로, "합격 창이 불합격 창으로 바뀐 1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반드시 알고 싶다"며 10분간 진행된 면접에 대한 정확한 감사·해명과 함께 합격·불합격자를 결정하는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유족 측은 "다른 응시생들한테도 일괄적으로 불합격 문자를 잘못 보냈냐고 물어보았으나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고소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부산교육청, 지방공무원 최종합격 발표 관련 설명자료'와 함께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짧은 사과 입장을 낸 상태입니다.

오전 10시 부산교육청 홈페이지에 최종 합격자 공고를 했지만 10시부터 10시 10분까지 성적 열람자 모두에게 '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공개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후 10시 53분부터는 정상적인 시험 결과가 안내됐다는 입장입니다.

이어 사고와 관련된 경위 파악과 특별 감사에 착수했으며 누가 잘못했는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절차를 밟아 처리하겠다면서도 "피해자 유족에 대한 보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공무원 시험 합격자 발표 과정에서 합격·불합격자를 뒤바꿔 처리하는 등의 물의를 빚으면서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청의 잇단 공무원 합격자 발표 사고로 교육행정이 국민적인 불신의 도마 위에 올랐다"며 "각 교육청은 사고 책임자를 엄중히 징계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시교육청 모두 비리가 아니라 오류로 인한 것이므로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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