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블랙리스트' 그녀, 이젠 '역도 영웅'…필리핀 사상 첫 金 안긴 디아스
입력 2021-07-27 12:04  | 수정 2021-08-03 12:05
필리핀 1924년 첫 올림픽 참가 후 97년 만에 '첫 金'
가난·블랙리스트 위협 이겨내고 금메달 획득

필리핀의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30)가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으로 합계 224㎏을 들어 올리고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오늘(27일) 필리핀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디아스는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신은 위대하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디아스는 용상 3차 시기에서 127㎏을 번쩍 들어 금메달을 확정하면서 필리핀 스포츠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필리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후 무려 97년 만입니다.

필리핀 정부와 몇몇 기업은 디아스에게 3천300만 페소(약 7억 5천만 원)의 포상금과 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디아스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역도 선수가 아닌 은행원을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난을 이겨내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역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년 전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기 때문입니다.

훈련 경비도 늘 부족해서 대기업과 스포츠 후원가들을 찾아다니며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디아스는 지난해 2월 중국인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말레이시아로 전지 훈련을 떠났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체육관 출입을 통제당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수개월간 타지에서 좁은 숙소 생활을 이어가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디아스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신이 준 모든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필리핀인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디아스가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필리핀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트윗이 10만건 넘게 포스팅됐습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우리 국가가 울려 퍼진 건 처음이다. 감동적이다" "역사를 쓴 디아스에게 고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