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연서 아시아계 학생 연주 지적하다 막말
"문화적으로 둔감한 언급이었다" 사과에도 논란 확산
"문화적으로 둔감한 언급이었다" 사과에도 논란 확산
세계적인 바이올린 거장인 핀커스 주커만(72)이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음악인에도 인종차별 망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물론 소속 학교도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이보다 덜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같은 학교 음악인이 물러난 전례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3일) 온라인 음악전문지 '바이올리니스트닷컴'과 재미 한국계 음악인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뉴욕 줄리아드 음악학교 주최로 열린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중 저명 바이올리니스트 주커만은 한국과 일본을 공개 비하했습니다.
"좀 더 노래하듯이 연주해보라"는 자신의 주문에도 아시아계 자매 학생의 연주가 성에 차지 않자 그는 "한국인들이 노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이 아니라는 자매에게 주커만은 "그러면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고, 일본계 혼혈이라는 답변에 "일본인도 노래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재차 비하했습니다.
한 재미 음악인은 '노래하지 않는다'라는 언급이 예술성과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커만은 행사 말미에도 "한국인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의 DNA에 없다"고 해 실시간 영상을 지켜보던 청중을 놀라게 했습니다.
모든 수업 녹화본을 홈페이지에 올리려던 줄리아드 측은 '한국인 발언'을 의식한 듯 주커만을 뺀 나머지 강연만 게시했습니다.
이스라엘 태생인 주커만은 1967년 당시 세계 최고 권위의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정경화와 공동 우승한 바이올린 거장입니다. 현재 뉴욕 맨해튼음대 소속이지만, 당시 외부 강사 자격으로 줄리아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비판이 일자 주커만은 "젊은 음악가 두 명에게 뭔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문화적으로 둔감한 언급이었다.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라고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또 그는 소속 학교 MSM 동료들에게도 "잘못된 말을 했고 많은 사람에 상처를 입혔다"며 "이를 통해 값진 것을 배웠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커만의 망언에 아시아계 음악인들은 페이스북 그룹을 개설하고 차별 경험을 공유하며 '보이콧 주커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다른 차별 발언을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확산 중인 한 영상에서 주커만은 "중국인 여러분은 결코 메트로놈(음악 박자를 측정하거나 템포를 나타내는 기구)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빠르고 시끄럽게 (연주)할 뿐"이라며 "여러분은 빠르고 시끄러우면 최고인 줄 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소속 학교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제임스 갠드리 MSM 학장은 "주커만은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언급을 했다. 이는 잘못된 발언"이라면서도 주커만이 반성한다는 이유로 "그가 앞으로는 더 잘할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갠드리 학장의 대응은 지난해 MSM이 이보다 덜 명백한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인 도나 본 오페라 예술감독이 물러난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작년 온라인 질의응답 중 본 감독은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적 묘사를 담은 프란츠 레하르의 '미소의 나라'를 상연하는 이유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가 해임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