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가 드문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쿠바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1994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이 마지막으로 이후 27년 만이다.
수천 명의 쿠바인들이 11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 등 전국 각지에서 최악의 경제 위기로 인한 식료품 부족과 높은 물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 그리고 자유 억압에 대한 분노와 항의로 거리 행진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미국 경제봉쇄 등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2년간 경제난에 더해 코로나19 방역 미비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식료품을 구하는 줄이 매일 길어지는 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이 반복되고 의약품 부족도 겪고 있다. 여기에 11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6923명 발생해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47명 보고됐다.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아바나에 모여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 구호와 함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외쳤다.
11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대응 실패과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댄스 교사인 미란다 라자라(Miranda Lazara, 53)는 "하바나를 행진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에 자발적으로 합류했다"며 "우리는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시위대가 몰린 아바나 전역에는 기관총을 장착한 특수부대 차량이 배치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군인들에 의해 체포됐으며 경찰은 고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로이터통신은 AP통신에 근무하는 사진기자도 경찰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또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사용해 분산시키는 한편 진압봉을 사용해 시위대에 폭력도 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들은 진압하는 경찰을 향해 '억압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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