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서울대 학생처장, 보직 사표
입력 2021-07-12 14:48 
[사진 = 연합뉴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된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보직 사표를 냈다.
12일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구 처장은 이날 오전 오세정 서울대 총장 주재로 열린 정례 주간회의에서 구두로 학생처장 직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수리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전망이다.
구 처장은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고인이 갑질을 당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며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 눈에 뭐가 씌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작성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구 처장은 사의를 밝힌 이날도 SNS를 통해 "노동 환경을 둘러싼 뿌리 깊은 학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절실한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본다"며 "절실함의 부재는 외부 정치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 이들이 던진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그리고 흑백 진영논리에 부지불식간 포획되어 우리는 더욱 표류해 왔다"고 지적했다.

구 처장은 이어 "최근 며칠 사이 이들의 거친 말에 저도 거친 말로 대응했다. 그런데 제가 던진 날카로운 말은 더 가시 돋친 말이 되어 돌아왔고 또 다른 갈등이 골이 생겼다"며 "저는 그 책임을 지고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 외부에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규탄 성명을 내고 "학교는 당연한 분노를 불순한 의도로 왜곡, 폄훼하는 것을 멈추고 더 이상의 노동자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학생처장, 생활관 부관장, 그리고 행정대학원 B 교수까지 서울대학교 당국을 구성하는 보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졌다"며 "학교가 노사 공동조사단을 통한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군대식 노무관리를 시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며 고인과 유족, 노동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등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전까지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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