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처장 '중간 관리자' 2차 피해 우려
서울대 기숙사 부관장 "갑질 프레임을 씌운다"
서울대 기숙사 부관장 "갑질 프레임을 씌운다"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이모 씨의 사망 사건을 두고 학교 측의 갑질 의혹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 관계자들이 연이어 이를 반박하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대 학생처장이 "중간 관리자가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데 이어 서울대 기숙사 부관장은 "마냥사냥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성현 관악학생생활관 기획시설부관장이 어제(10일) 생활관 공식 홈페이지에 '최근 우리 생활관의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남 부관장은 이 글에서 "민주노총 일반노조 측에서 이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해 몇몇 다른 위생원 선생님들과 유족을 부추겨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거나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등 사실 관계를 왜곡하면서 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관련 기사들이 언론에 편파적으로 보도되며 우리 생활관은 물론 서울대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서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민주노동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숙사 안전관리 팀장의 갑질이 이모 씨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부관장이 이에 대해 "사실 관계를 왜곡하면서 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고 비판한 겁니다.
이어 남 부관장은 "노조 측의 허위 주장이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며 정치권 등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해당 관리자를 마녀 사냥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관리자를 억지로 가해자로 둔갑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습니다. "허위 주장과 왜곡 보도에 현혹되거나 불필요한 오해 없이, 진상이 규명될 때를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논란…학생처장 "정치권에 한 말"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역겹다"며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자 사망 사건을 두고 "피해자 코스프레가 역겹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되자 구 학생처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며 "당연히 유족 분들이나 다른 청소 노동자 분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구 학생처장은 "온갖 억측과 오해가 난무할 것임을 알면서도 글을 올린 가장 핵심적인 취지는 아무리 돌아가신 분의 사정이 안타깝더라도 그리고 유족의 사정이 딱하더라도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일방적 주장 만으로 또 한 명의 무기계약직 노동자인 '중간 관리자'를 가해자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간 관리자'가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어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고인의 동료들은 서울대 안전관리팀이 청소 노동자에게 건물 명을 영어와 한자로 쓰게 하는 필기 시험을 치른 뒤 점수를 공개하는 등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갑질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후 열리는 회의에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를 신고 참석할 것이라는 드레스 코드를 지정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현재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총학생회 대행)와 대학원 총학생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등은 청소노동자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학교 측의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