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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쿠팡에 내준 3000억 대출 회수 저울질…물류센터 화재 영향
입력 2021-06-27 17:24  | 수정 2021-06-27 21:18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쿠팡에 내준 3000억원 규모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년 전 대출을 제공하며 담보로 잡았던 덕평 물류센터가 화재로 사실상 전소된 영향이다. 쿠팡이 해당 채무를 상환한 뒤 다시 대출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며 각종 금융기관이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27일 IB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경기 이천 덕평리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2017년 쿠팡에 제공한 대출에 대한 EOD(기한이익상실) 조건에 해당하는지 법률적으로 살피고 있다. EOD는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자금에 대해 만기 전에 회수를 요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커진 경우 채권자는 EOD를 선언함으로써 일시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화재로 인한 담보물의 전소(全燒·남김없이 타버림)는 보통 EOD 요건에 해당하며, 골드만삭스의 대출 조기 회수 여부는 덕평 물류센터 피해 규모를 '전소'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2017년 골드만삭스 ASSG에서 5년 만기로 300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인천 오류동 창고용지 4만여 ㎡와 건물, 재고자산, 그리고 경기 이천 덕평리 창고용지 6만여 ㎡와 건물 등 자산을 담보로 잡혔다. 담보 가치는 5000억원대로 평가됐으며 60% 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받아 대출액이 3000억원으로 결정됐다. 골드만삭스는 그중 2000억원은 연 4% 이자율의 선순위채권으로 설정해 재판매했으며, 1000억원은 연 8.5% 이자율의 후순위채권으로 잡아 스스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해당 대출로 인해 골드만삭스 등 각종 금융기관에 지급한 이자는 연 5.5% 수준이다. 이는 당시 물류창고 담보 대출로는 높은 이자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가 늘 적자를 기록하는 데다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에 대한 기대도 지금만큼 크지 않던 시기라 쿠팡 신용도도 낮게 측정됐다.

최근에는 쿠팡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에 훨씬 우호적인 조건이 형성됐다. 올해 뉴욕증시에 100조원 규모로 데뷔하는 등 날이 갈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다. 이에 쿠팡으로서는 골드만삭스가 대출 상환을 요청하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기존 대출을 갚고 새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소식에 여러 금융기관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쿠팡의 현 신용도로는 연 2%보다 훨씬 낮은 이율로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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