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4년 성폭행·4번 임신…남편이 된 계부 총기 살해한 프랑스 여성
입력 2021-06-23 21:37  | 수정 2021-09-21 22:05
‘모두 알고 있었다’ 회고록 발간
SNS에서 지지 서명 운동…“정당방위”

24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계부이자 남편을 총으로 살해한 프랑스 여성 발레리 바코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부르고뉴지방 샬롱쉬르사온에서 계부 다니엘 폴레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발레리 바코의 재판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바코는 재판에 앞서 회고록 '모두 알고 있었다'(Toutle Monde Savait)를 출간했습니다. 회고록에는 바코가 폴레트로부터 받아온 성적 학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책 제목은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누구나 이들의 비극을 알 수 있었지만 사회로부터 외면받아 이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바코는 12세 때부터 계부 폴레트로부터 성폭행당했습니다. 바코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넘어갔습니다. 폴레트는 1995년 근친상간 혐의로 수감돼 3년간 옥살이를 했지만 그 이후로도 바코를 성폭행했고, 둔기로 때리며 구타했습니다.

결국 바코는 네 번씩이나 계부의 아이를 가졌고, 폴레트는 의붓딸이었던 그녀를 아내로 삼았습니다. 알코올중독이었던 폴레트는 자녀들을 수시로 때렸고, 바코를 성매매업자에게 넘기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죽이겠다고 권총으로 협박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나와 같은 비극 겪지 않도록 막아야”


폴레트는 바코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까지 성폭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폴레트는 19세 셋째 딸 칼린에게 접근해 침대에 같이 눕자고 하며 쓰다듬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딸이 자신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게 하고 싶어 바코는 지난 3월 폴레트를 권총으로 쏴 살해했습니다.

법원은 21일(현지 시각) 바코의 재판을 열었습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바코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종신형에 처해진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바코가 폴레트를 계획적으로 살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 이유는 회고록 가운데 이 일(폴레트가 자녀들을 성폭행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대목이 살해 계획을 철저하게 세운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바코 측은 폴레트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였다고 반박했습니다. 바코 변호인 측은 이 여성은 성폭행뿐만 아니라 사회의 무관심에 의해 파괴됐다”며 바코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고통과 시련을 무시했다. 바코의 삶은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SNS에서는 바코의 무죄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지지 서명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코의 자녀들 또한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며 엄마의 무죄를 외쳤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은 프랑스 내 가정폭력 문제를 재조명했던 '자클린 소바주 사건'을 연상시킵니다.

자클린 소바주는 알코올 중독인 남편과 47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구타를 당했습니다.

학대를 당하던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소바주는 다음 날 남편을 총으로 쏴 살해했습니다. 소바주는 2014년 10월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가, 2016년 12월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완전 사면을 받고 석방됐습니다.

[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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