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이야"..."양치기소년 된다" 쿠팡화재 최초 목격자 靑 청원 올려
입력 2021-06-22 07:57  | 수정 2021-06-29 08:05
쿠팡 화재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 사진 = 국민청원 캡처
"보안요원에 신고 요청했지만
신경쓰지 말라는 답변받았다"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 발견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국민청원이 올라와 사고 당일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오늘(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쿠팡 화재 사고가 명백히 인재(人災)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했다"고 말하며 "5시 10분~ 15분 경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하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에서 첫 근무를 할 때도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쿠팡 관계자는 "오작동"이라고 답했고 이후로도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을 경험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울린 화재 경보 또한 오작동이라 여긴 청원인은 5시 26분 경 퇴근 체크를 하고 1층 입구를 향해 갈 때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에서 가득 찬 연기를 목격하게 됩니다.


청원인은 "함께 목격한 퇴근하던 심야조 동료분들은 진짜 불이다 불난 것 같다며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입구로 가는 길에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몇 번이고 진짜 불이 났다고 외쳤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휴대폰이 있었다면 빠른 신고부터 했을 것이라는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 또한 사실"이라며 "신고를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속수무책으로 있었던 것을 절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청원인은 "무전기도 있고 휴대폰도 소지할 수 있는 물류센터 보안팀 관계자인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드렸지만 사람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서 불난 거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한 번 "연기가 심하다는데 확인도 한번 안 해보고 왜 자꾸 오작동이라 하시는 거냐", "안에 일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확인해달라"고 청원인이 요청했지만 보안요원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청원인은 다른 층을 찾아 화재 상황을 다시 알렸지만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호소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얘기하는 청원인에게 "수고하셨다 퇴근하라"는 말만 했다는 겁니다.

청원인은 "관리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휴대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 키고 신고를 했더라면 이렇게 참사까지 불러온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돼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났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또 3년 전에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있었는데 이후 개선된 것이 전혀 없어 이번 사고까지 이어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스프링클러 논란에 대해서는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일에도 대피방송이 아닌 노동자들 스스로 모두 빠져나올 때까지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에 사건관련 처벌 대상자들에게 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주문하며 "이번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청원글은 오늘 오전 7시 50분 기준 4980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 heyjud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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