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리나라 형사사법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
오거돈 "자숙하고 봉사하며 살겠다"
오거돈 "자숙하고 봉사하며 살겠다"
검찰이 부하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가운데 법정에서 오 전 시장 변호인 측이 오 전 시장에게 치매 증상이 있다고 처음으로 밝혀 심신미약 등으로 형을 낮게 받기 위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재판이 연기된 지 2주일 만인 오늘(21일)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으며 검찰은 오 전 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범행 경위와 피해 정도,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죄질이 대단히 무겁다"며 이번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한 뒤 오 전 시장에게 징역 7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 고지 5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장애인복지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등을 구형했습니다.
"이 범죄로 1년여간의 시정 공백과 막대한 선거비용을 초래했고 피해 직원은 그 충격으로 1년이 지난 지금도 일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형사법 시스템이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엄벌을 요구한 겁니다.
이에 오 전 시장 변호인 측은 "고의성과 강제성이 없는 짧은 시간에 이뤄진 기습추행"이라고 주장한 뒤 변론 시간을 할애해 오 전 시장의 현재 건강 상태를 언급했습니다.
오 전 시장 변호인은 "오 전 시장은 여러 의료기관으로부터 경도 인지 장애와 상세 불명의 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현재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극심한 우울증과 불면증, 부정적 심리적 반응이 뚜렷하다"고 말했습니다.
"오 피고인은 사건(성추행 사건) 후 자신이 치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치료를 받았다"고 전하고 "올해 만 73세의 피고인은 전신마취로 위암 절제 수술을 했고, 이어 2018년 신장암 절제 수술까지 두 번의 암 수술을 했다"고도 말하는 등 오 전 시장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범행을 인정하고 사퇴한 점, 만 73세 고령인 점, 두 번의 암수술을 받은 점, 최근 경도 치매 진단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형을 낮게 받기 위한 것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처음으로 진술에 나선 오 전 시장은 "70대 중반이 될 때까지 5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버티면서 나름대로는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왔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 드리며 자숙하고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오 전 시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지법에서 열립니다.
[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 heyjude@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