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엄마 때린 아들 목 조른 아버지…집행유예 2년

코로나로 일 끊긴 30대 아들
아버지와 갈등 끝에 형사처벌까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아들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자 목을 조른 아버지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 10일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피고 A 씨에게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1년간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알코올 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습니다.

피고 A 씨의 아들인 39세 B 씨는 대전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일이 끊기자 지난해 말부터 아버지의 집에 머물게 됐습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 해 집으로 온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경 B 씨의 폭력 성향으로 인해 경찰 신고가 접수되는 등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시각, 술에 취한 B 씨는 자신의 60세 어머니 C 씨의 뺨을 때렸습니다. A 씨는 자신의 아들인 B 씨의 몸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다 B 씨가 넘어지자 배 위에 올라타 약 7~8분간 B 씨의 목을 졸랐습니다.

C 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때도 A 씨는 B 씨의 목을 조른 손에 힘을 빼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A 씨를 밀쳐내고 호흡을 잃은 B 씨에게 인공호흡을 해야 했습니다. B 씨는 무산소성 뇌손상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A 씨 측은 "피해자(B 씨)를 제압하기 위하여 어깨를 누르거나 목 부위를 눌렀을 뿐, 살해할 의사로 목을 조른 적이 없으므로 살해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A 씨)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방어나 피난이 아닌 공격을 위한 것으로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A 씨가 36년 전 경미한 벌금형을 받은 일 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아들인 피해자 B 씨가 회복된 후 어머니 C 씨와 함께 A 씨에 대한 선처를 적극 탄원하고 있는 점을 집행유예 선고의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 신동규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