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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업계 고수, ESG로 맞붙는다…자금확보 총력전
입력 2021-06-15 17:34  | 수정 2021-06-15 19:26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와 헤지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PEF와 헤지펀드가 기업 ESG 해결사로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오비맥주의 성공적 매각을 이끈 이창환 대표는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수백억 원대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오는 10월 새로운 자본시장법이 시행돼 사모펀드 참여 인원 제한이 49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면 펀드 규모를 1000억원대까지 높인다는 포부다. 이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스피, 코스닥 등 공개시장에서 5% 안팎 지분을 획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업 지배구조(G)를 개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치투자 전도사'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으로 컴백해 사모펀드를 선보인다. 기업 ESG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그간 투자 업계에서 ESG가 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부정적 요소가 있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위해 사용됐다면, 이 의장은 ESG만 개선하면 가치가 급상승할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의장은 "ESG 때문에 시장에서 오해를 받고 있는 기업 지분을 취득한 뒤 컨설팅을 제공하며 기업과 주주, 사회가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오는 3분기께 펀드 모금을 시작해 연말이 되기 전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간다는 포부다.
한진그룹 오너가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목받았던 KCGI(강성부펀드)는 최근 ESG 특화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KCGI가 지분 53%를 보유한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은 목대균 전 미래에셋 글로벌자산운용본부장을 대표로 앞세워 ESG 사모펀드를 선보인다. 목 대표는 "초기에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ESG를 개선한 사례를 분석해 한국에 적용해보고 싶다"며 "트랙레코드가 쌓인 이후에는 해외 중소·중견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실험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성택 대표가 이끄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공모와 사모펀드 시장 양쪽에서 ESG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 운용사가 지난 1월 말 출시한 주식형 공모펀드인 'ESG레벨업펀드'는 지난 주말 기준 운용자산(AUM)이 171억원, 수익률이 25%에 달한다. 이 펀드는 ESG가 개선될 여지가 있는 기업에 투자해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추구한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10월에는 ESG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현재 AUM이 1000억원에 달하며 수익률은 60%를 넘는다.
투자업계에서는 모험 자본인 사모펀드가 기업 ESG 개선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영언 알릭스파트너스 인수·합병(M&A) PMI(인수 후 통합) 담당 부사장은 "사모펀드는 단순히 '착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ESG를 주목하는 게 아니라 ESG 개선을 통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 개선 작업에 특화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해당 기업 ESG를 개선해낸다면 오너와 투자자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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