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 구하는 청년들은 오세요"…금천구 청춘삘딩
입력 2021-06-04 10:26  | 수정 2021-06-30 12:50
금천구 청춘삘딩에서 공병권 공인중개사(55)가 서승은 씨(33)와 주거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박홍주 기자]

"청춘삘딩에서는 음악 녹음을 하면서 1년 정도 교류를 해왔어요. 금천구에 자리잡고 싶어서 주거상담까지 받게 됐죠."
3일 금천구 청년 정책기관인 청춘삘딩을 찾은 서승은 씨(33)의 말이다. 드럼을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인 서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청춘삘딩에서 음악 작업을 하며 교류를 이어왔다. 서씨는 아예 금천구로 전입해 지역에서 활동하기 위해 청춘삘딩의 주거상담을 신청했다. 적절한 집을 찾거나 대출 정보 등을 알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춘삘딩은 금천구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청년 정책 수행기관이다. 청춘삘딩은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제로 구청에 제안해서 공간을 먼저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청에 아동청년과가 신설되고 청년조례가 뒤이어 만들어졌다. 구청의 담당 부서가 조례에 맞춰 기관을 만들고 위탁업체를 지정하는 통상의 절차와 거꾸로인 셈이다. 때문에 이용률이 낮은 독산3동 청소년 독서실을 리모델링하고 예산을 짜는 것까지 금천구 청년들이 해냈다.
전체 4층 건물은 층마다 다른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1층은 공방과 커뮤니티 공간, 2층은 세미나실, 3층은 공유주방, 4층은 녹음 스튜디오로 구성돼있다. 모두 자유롭게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스튜디오에서는 청춘삘딩 자체적으로 '토크가 하고 싶어서' 등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청춘삘딩에서는 지난해부터 금천구 전입 청년들을 위한 주거 상담도 활발하다. 지난해에만 341건의 상담을 했다. 올해는 5월부터 상담을 시작했다. 카카오톡이나 전화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금천구의 1인 가구 수 대비 청년 1인가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 2019년 말 기준 42.8%에 육박한다. 반면 청년들이 부동산 계약에는 상대적으로 서툴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경력이 있는 상담사가 이들을 돕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계약 이상으로 복합적일 때가 많다. 올해 청춘삘딩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소란을 일으켜 임대인과 분쟁을 겪게 된 청년을 상담했다. 소음으로 옆집 임차인이 나가자 집주인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공명 청춘삘딩 매니저(29)는 "양측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도록 설명하니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며 "주거상담 이전에 청년의 우울증 등 심리 문제이기도 하고, 위기 상황에 도움을 구할 커뮤니티가 없다는 복합적인 문제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청춘삘딩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청년 정책의 선도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이혜영 청춘삘딩 센터장(37)은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오시기도 한다"며 "지역색 입혀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센터장은 "청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큰 부분이 주거와 취업인 만큼 매뉴얼도 만들어서 배포하는 등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정책이 걸음마 단계인 만큼 각 기관이나 커뮤니티의 유기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서울시에서 청년센터 '오랑'도 운영하는데, 이런 관련 기관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협업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