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임대차3법 ② ◆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임대료가 급격하게 치솟았을 뿐 아니라 집주인들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라는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앞으로다. 임대료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규제들이 한꺼번에 시행되면서다.
1일부터 적용되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대표적이다. 종부세 일반 세율은 올해부터 기존 0.5∼2.7%에서 0.6∼3.0%로 인상된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는 기존 0.6∼3.2%에서 1.2∼6.0%로 인상된 세율이 적용된다.
종부세가 오르는 상황에서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로 결심한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서울 답십리와 경기도에 아파트를 보유한 박 모씨(42)는 "임대 기간 만료를 앞둔 답십리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테니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종부세까지 계산해 임대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세로의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전세보다는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가 수익 창출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종부세와 재산세를 내야 하는 집주인들은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받는 것보다 매월 현금으로 받아 세금을 낼 수 있는 월세로의 전환을 당연히 선호한다. 서울 개포동과 서초동에 3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한 엄 모씨(74)는 "올해 종부세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돼 오는 9월 보증금 7억원에 세놓은 서초동 아파트 전세가 만료되면 반전세로 바꾸려 한다"며 "현재 보증금 5억원에 1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9월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보고 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대차3법 중 마지막으로 1일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 역시 임대료를 부담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지금까지 보증금이나 월세가 소액인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의 암묵적 동의하에 따로 전입신고 등을 하지 않고 임대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세 수단을 동원해왔던 집주인들은 전월세신고제로 세원이 고스란히 노출되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대인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임대료를 얼마나 높이면 될지 알려면 세금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실력 있는 세무사를 소개해달라"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가 결국 전세를 반전세로 또는 월세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고 전월세신고제 시행은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가을까지 공급 물량을 늘리지 못하면 전월세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화도 예고돼 있다. 집권 여당에서 추진 중인 '매입임대제도 폐지'가 그것이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임대등록제도의 한 유형인 매입임대제도를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매입임대제도는 이미 지어진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제도다.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폭 등에 제한을 받지만 종부세와 양도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특위는 매입임대제도를 폐지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매물로 쏟아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정반대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현재 남아 있는 등록임대사업자 85%가량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 소유자"라며 "매물이 쏟아져도 정부가 원하는 아파트값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임대 수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다가구·다세대 임대 물량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전월세 시장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과 관련된 민감한 규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현 상황은 결국 또 한 차례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차3법으로 시장 가격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임차인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억 단위 위로금을 주는 것도 현실화하고 있다"며 "결국 부동산 규제는 임대인의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임대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상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임대료가 급격하게 치솟았을 뿐 아니라 집주인들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라는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앞으로다. 임대료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규제들이 한꺼번에 시행되면서다.
1일부터 적용되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대표적이다. 종부세 일반 세율은 올해부터 기존 0.5∼2.7%에서 0.6∼3.0%로 인상된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는 기존 0.6∼3.2%에서 1.2∼6.0%로 인상된 세율이 적용된다.
종부세가 오르는 상황에서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로 결심한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서울 답십리와 경기도에 아파트를 보유한 박 모씨(42)는 "임대 기간 만료를 앞둔 답십리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테니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종부세까지 계산해 임대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세로의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전세보다는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가 수익 창출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종부세와 재산세를 내야 하는 집주인들은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받는 것보다 매월 현금으로 받아 세금을 낼 수 있는 월세로의 전환을 당연히 선호한다. 서울 개포동과 서초동에 3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한 엄 모씨(74)는 "올해 종부세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돼 오는 9월 보증금 7억원에 세놓은 서초동 아파트 전세가 만료되면 반전세로 바꾸려 한다"며 "현재 보증금 5억원에 1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9월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보고 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가 결국 전세를 반전세로 또는 월세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고 전월세신고제 시행은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가을까지 공급 물량을 늘리지 못하면 전월세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화도 예고돼 있다. 집권 여당에서 추진 중인 '매입임대제도 폐지'가 그것이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임대등록제도의 한 유형인 매입임대제도를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매입임대제도는 이미 지어진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제도다.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폭 등에 제한을 받지만 종부세와 양도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특위는 매입임대제도를 폐지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매물로 쏟아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정반대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현재 남아 있는 등록임대사업자 85%가량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 소유자"라며 "매물이 쏟아져도 정부가 원하는 아파트값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임대 수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다가구·다세대 임대 물량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전월세 시장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과 관련된 민감한 규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현 상황은 결국 또 한 차례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차3법으로 시장 가격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임차인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억 단위 위로금을 주는 것도 현실화하고 있다"며 "결국 부동산 규제는 임대인의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임대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상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