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중섭 '황소'도 NFT로, 2200억 한국 작가 작품도
입력 2021-06-01 14:52  | 수정 2021-06-01 22:46
이중섭 `황소`. [사진 제공 = 워너비인터내셔널]

실물 원화와 저작권 없이 디지털 진품 만을 소유하는데도 대체불가토큰(NFT·Non-Fungible Token) 미술 시장이 가파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이중섭(1916~1956), 박수근(1914~1965), 김환기(1913~1974) 그림까지 NFT로 전환돼 온라인 경매에 나온다.
마케팅 기업 워너비인터내셔널은 1955년 미도파화랑에 전시됐던 이중섭 '황소'(51x44cm), 박수근 1938년작 '두 아이와 두 엄마'(42x34cm), 김환기 1943년 전면점화 '무제'(72.7x53cm)를 자사 디지털 아트 통합 플랫폼인 'Bitcoin NFT(BTC-NFT)'에 출품한다고 밝혔다. 이중섭 '황소'는 16일, 박수근 '두 아이와 두 엄마'는 17일, 김환기 전면점화 '무제'는 18일 출품되며, 한국·미국·중국 등 22개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이진숙 워너비인터내셔널 대표는 "원화 소장자 동의를 거쳐 NFT로 제작하며 시작가는 이번주 내 결정할 것"이라며 "거장들의 작품을 시·공간 제약 없이 들여다보고 국내 디지털 아트 품격을 높이기 위해 NFT로 출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화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소장자와 별도로 저작권자 허락을 받아 NFT를 제작해야 하는데, 저작권은 작가 사후 70년간 상속인에게 있기에 이중섭은 소멸했지만 박수근과 김환기는 유효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진숙 대표는 "소장자가 작가로부터 소유권과 저작권을 모두 양도받는 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캐슬린 킴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1950년대 한국 저작권법이 생겼기 때문에 1930~40년대 모든 권한은 저작권까지 포함하지 않는다"며 "계약상 문헌이 모호할 경우 저작권자에 유리하게 해석하는게 원칙이어서 저작권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환기미술관과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은 이날 NFT 관련 저작권 동의를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진위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장은 "유족들이 황당해하고 있다"며 "박수근 선생 특유의 화강암 같은 질감(마띠에르)은 1950년대 중후반 나타나는데 '두 아이와 두 엄마'는 1938년작인데도 비슷한 질감을 보인다. 색조와 선 등이 모두 박수근 선생 작품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미정 환기미술관장도 "김환기 선생의 전면 점화는 1960대 후반 나타나는데 이 회사가 내놓은 작품은 1943년작이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한 NFT는 JPG 파일이나 동영상 등 디지털 미술품의 진품을 인증하기에 희소가치가 높아져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뉴욕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디지털 예술가 비플이 제작한 NFT 콜라주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783억원에 낙찰된 후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56), 미국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71),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코디최(60) 등 유명작가까지 가세하고 있다.
`십장생도 6폭병풍`. [사진 제공 = 마이아트옥션]
특히 코디최는 최근 자신의 첫 데이터베이스(DB) 페인팅 연작 '애니멀 토템(Animal Totem)' 중 1점을 NFT로 제작한 후 작품 가격 7만 이더리움(약 2200억원)에 책정해 아트바젤홍콩에 출품했다. 현재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에 올라와 있으나 아직 팔리지 않았다.
코디최 소속 화랑인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작품 가치와 상징성, 작가의 작업 이력 등을 고려해 책정한 가격"이라며 "코디최의 다른 초창기 작품은 좀 더 낮은 가격대 NFT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1928~1987), '비디오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등 작고 작가들 작품까지 NFT로 제작돼 경매에 나온다. 크리스티는 오는 3일까지 진행되는 온라인 경매에 백남준 영상 작품 '글로벌 그루브(Global Groove)'를 추정가 10만∼20만달러(약 1억1000만∼2억2000만원)에 출품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그루브'는 1974년 미국 방송국 WNET를 통해 방영된 작품으로, 설치 작업 'TV 가든'의 비디오 요소로 포함돼 테이트 모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 전시됐다. 경매에는 '글로벌 그루브'의 오프닝 38초가 반복되는 비디오 NFT 작품이 출품됐다.
코디최 NFT 작품 애니멀 토템`. [사진 제공 = PKM갤러리]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저작권자인 켄 하쿠타는 "백남준이 살아있다면 갤러리 등과 같은 전통적인 공간 밖에서 작업하고 판매하는 기회에 대해 긍정적이었을 것"이라며 "그의 유산을 기념하고 후대에 영감을 주는 이번 작품을 다시 선보이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NFT 열풍 이면에는 결제수단인 암호화폐 이더리움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지만, 19세기 조선 궁중 장식화인 '십장생도 6폭 병풍'까지 NFT로 변모한다.
고미술품경매사 마이아트옥션과 NFT 관련 자회사 타이거리스트(TIGERLIST)는 '십장생도 6폭 병풍' NFT 소유권 가치 35억원을 쪼개 1~2일(1차), 5~6일(2차), 9~10일(3차)에 걸쳐 판매한다고 밝혔다.
마이아트옥션측은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법상 50년을 초과한 문화재는 국외 반출이 불가능하지만, NFT로 제작되면 전세계 누구나 소유할 수 있어 한국 고미술품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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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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