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모녀 살해' 김태현 "동생·어머니 살해는 계획 안해"
입력 2021-06-01 14:22 
노원구 세모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김태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차례로 살해한 김태현(25)이 "피해자 여동생과 어머니 살해는 계획하지 않았다"고 1일 법정에서 말했다. 계획적 살인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A씨의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수사 결과 김씨는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범행도구를 훔치고 갈아입을 옷 등을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김씨는 종이상자를 미리 준비한 뒤 A씨 집에 물품 배송을 가장해 현관문을 두드리고 숨어있다가 A씨의 여동생이 배송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려 문을 열자 위협해 집 안으로 침입한 뒤 살해했다. 이후 집 안에서 기다리다가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께 귀가한 A씨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온 A씨마저 살해했다.
범행 후 김씨는 A씨의 집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하고,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뒤 대화 내용과 친구목록을 삭제했다. 검찰이 이날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가 지난 1월 23일 A씨를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A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말다툼을 하게 됐다. 이후 A씨가 관계를 단절하려고 하자 김씨가 스토킹을 시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범행 당일 A씨는 집으로 돌아와 상황을 확인한 뒤 김씨에게 흉기를 내려놓도록 회유하고 김씨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저항한 것도 추가로 확인됐다.

김씨의 변호인은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처음부터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며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 살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 A씨가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험담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했다. 이어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정에 온 피해자 유족들은 검사가 공소사실 중 김씨가 피해자들을 살해한 내용을 발언하자 흐느꼈다. 또 재판부가 김씨가 그간 4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을 말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진실을 얘기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 측은 "사람 3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게 너무 어이 없다"며 엄벌을 요구했다. 김씨는 재판 진행 내내 유족 측이 앉은 방청석 쪽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별다른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에게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월 27일 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밝히는 확인서를 내고, 전날까지 총 4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 재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된다.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