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정권은 왜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매나 [핫이슈]
입력 2021-06-01 09:38  | 수정 2021-06-01 09:58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정권을 잡은후 줄곧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애걸복걸하고 있다. 단순한 구애차원을 넘어 그 집요함과 집착이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기위해 각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도 상황이 안정되면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 초 신년 기자회견때도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조기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지난 3월 한·중 외교장관 회담후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방한에 대해 일절 언급도 안했지만 우리 외교부는 "중국측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올들어 유독 그러는게 아니다. 지난 4년 내내 그랬다.
물론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진핑 방한은 큰의미가 있다. 문정부 최대 과제인 북한과의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큰 힘을 실어줄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 재창출을 하는데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대외 교역 1위 국가인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경제적으로도 득이 된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트집잡아 시작된 경제 보복과 중국 내 한류를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이 공식 해제되는 신호탄이 될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적 굴욕을 감내하면서까지 시진핑 방한을 구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추가 배치·美미사일방어체계 편입·한미일 군사동맹을 안하겠다는 '삼불(三不)'이라는 선물을 갖다바쳤다. 군사주권까지 훼손하면서까지 바짝 엎드렸지만 현지에서 여덟끼나 혼밥을 하는 외교적 냉대와 무시를 당했다. 그런데도 중국 대학생들 앞에서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이고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국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중국의 환심을 얻어 시진핑 조기방한을 성사시키기위한 외교적 수사로 볼수도 있지만 도를 넘어선 자기비하로 국민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툭하면 중국 군용기가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녀도, 사드 경제보복이 계속돼도 제대로된 항의를 한적이 없다. 몰염치한 한복과 김치공정에다 6·25관련 발언을 한 BTS가 중국 현지에서 박해를 당해도 애써 못본채 했다. 국내선 야당에게 해외선 일본에겐 그토록 단호하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인데 왜 중국 앞에만 서면 할말을 제대로 못하고 작아지는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친중 사대주의 정부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러니 중국이 시진핑 방한카드로 문정권 길들이기를 하는것 아닌가.
사실 우리가 중국에 바짝 엎드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중국은 우리와 민주·자유·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아니다. 사드사태때 체감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국제사회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무차별적인 경제보복을 하고, 마윈의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처럼 자국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에 쓴소리를 하면 해체위협을 할 정도로 글로벌스탠더드에 한참 못미치는 나라다. 인권은 후진국이다. 홍콩 민주화시위를 힘으로 찍어 누르고 신장지역 수백만 위구르인들은 자유를 박탈당한채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시진핑을 독재자라 불렀다.

우리를 속국 취급하고 언제든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와 제대로 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17년 미중정상회담때 트럼프를 만난 시진핑은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외교적으로 무식하고 무지한 트럼프가 천기를 누설(?)하면서 시진핑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중국의 안하무인 태도와 패권 지향적인 민낯에 20대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반중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이 방한하더라도 반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구걸하듯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매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문정권이 임기내 시진핑 방한을 성사시켜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대선에 유리하게 활용하겠다는 강박에 빠지면 협상력은 떨어지고 중국에 휘둘리게 된다. 중국은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나라다. 겁을 먹고 스스로 고개를 숙이며 저자세로 일관하는 나라는 존중하지 않는다. 더 강하게 압박할 뿐이다.
방한 필요성이 커지면 오지 말라고 해도 시진핑이 스스로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다. 시진핑은 그동안 미국 동맹중 한국을 약한고리로 보고 중국에 순응시키려 했다. 그런데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으로 한미가 서로 유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신이 바짝 들었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한국을 함부로 못한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미국이라는 방패막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시점에서 한국을 겁박했다가는 한국을 미국쪽으로 더 밀어내는 자충수가 될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미국에 밀착할수록 시진핑에겐 한국을 방문해야 할 유인이 더 커질 것이다.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는것이 중국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강력한 지렛대가 되는 셈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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