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의도 못 입혀드렸다"…유족, '만취 벤츠녀' 엄벌 청원
입력 2021-05-31 19:23  | 수정 2021-06-07 20:05
공사현장 덮쳐 60대 근로자 사망
"시신 심하게 훼손…가장을 잃었다"

만취 상태로 벤츠 차량을 몬 운전자에 목숨을 잃은 60대 노동자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려 운전자에게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오늘(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뚝섬역 새벽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30대 만취 벤츠녀 피해자 유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피해자의 자녀라고 본인을 소개한 청원인은 "아버지는 운영했던 가구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을 정리하신 후 자신의 적성을 살려 건설 쪽 업무를 하고 싶어 하셨다"며 "대표 자리에서 일용직 근로자가 돼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지만 가장이기에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을 다 하고 싶어 하시던 분"이라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청원인은 "2021년 5월 24일 아버지는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야간 근무를 하셨고 늘 새벽 4시 전, 후로 집에 돌아오셨던 아버지는 5시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으셨다"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고 저는 30대 만취 벤츠녀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해자는 면허 취소 수준인 알코올 농도 0.08% 이상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한 가정의 기둥과 같은 가장인 저의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라고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시신은 사고로 눈, 코, 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마지막 수의마저 입혀 드리지 못한 채 보내드려야 했다"며 "수의조차 제대로 입혀 보내드리지 못할 만큼 처참하게 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죽음이 제대로 된 처벌로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오늘 오후 7시 20분 기준 2,309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을 경우 관리자 검토 후 공개됩니다.


앞서 권 씨(30)는 지난 24일 오전 2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역 인근 2호선 콘크리트 방음벽 철거 작업을 하고 있던 61살 피해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직후 10분 만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동부지법 심태규 영장전담판사는 음주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위반, 위험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씨에 대해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권 씨는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youchea629@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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