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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미국 달러 강세 전환의 조건
입력 2021-05-31 16:58  | 수정 2021-06-01 07:02
올해 2~3월 잠시 반등했던 미국 달러 가치가 다시 가파르게 하락해 2018년 이후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연초 강세 요인이 약해진 데다 부양책 집행으로 공급 확대, 향후 미국 재정 악화 우려 반영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만 다른 자산 가격의 움직임과 맞물려 생각해 보면 최근 나타나는 일방적인 달러 약세는 이례적이다.
우리가 달러의 향배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달러가 종합적인 투자 환경을 가늠하는 중요한 표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비중이나 신흥국 주식시장 수익률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달러의 방향이다. 표면적으로는 달러 약세 흐름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곧 달러의 강세 전환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시기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수면 아래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금리에 대한 전망이다. 미국 금리에 대해 필자가 보는 기본적인 방향은 상승이다. 점차 테이퍼링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테이퍼링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고용에 있다고 본다. 연준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연속적인 흐름을 가지려면 고용 회복이 수반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응을 토대로 보면, 연준이 실제 테이퍼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은 내년 3월 전후다. 금융위기 후 연준은 비농업고용이 낙폭의 90% 정도를 회복한 시점에서 테이퍼링을 단행했는데 지금의 고용 회복 속도를 유지한다면 내년 3월 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테이퍼링 논의가 표면화됐지만 시장금리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금 미국 금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현재 집행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부양책에 기인한 것이고 향후 금리가 재상승하는 것은 이 집행이 마무리되는 시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던 미국 시장금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1차 부양책이 집행된 3월 17일 이후 안정됐다. 대규모 부양책이 집행되는 기간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현금 지원의 비중이 높고 불안 요인으로 인해 초과 저축이 더 많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양책은 8월까지 단기적인 자금 집행이 마무리된다. 이를 감안하면 8월 이후 미국 시장금리의 계단형 상승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점에는 지금보다 테이퍼링 논의가 훨씬 더 진척돼 있을 것이다. 달러가 강세 전환을 확인하는 시점은 미국 시장금리가 재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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